외국인 근로자 '불황 한파'에 떤다
실업·임금체불 속출... 귀향 발길 붙잡아

강태우 (wtkang)  

심각한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누구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 아모(36)씨 등 4명은 지난해 10월 말 청원군 오창읍의 한 식품공장이 부도 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회사 부도 4개월 전부터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일하다가 모두 500여 만원의 임금이 밀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욱이 불법 체류자인 아씨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도 마땅히 없다.

돈을 주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만 생각하면 매일 눈물이 나온다는 그는 "어떻게든 밀린 돈이라도 받아서 하루빨리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불법 체류자 신분인 이모(40·중국)씨는 자신을 고용한 인력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돈을 빌려주고 수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 M인력회사의 소개로 금성공단의 한 제조공장에 취업해 10여일 간 일했지만 공장에서 인력회사로 송금했다는 임금 72만원이 아직까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 인력회사에 고용돼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4명으로 밀린 임금만 700여만원에 달한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 회사 관리자 변모씨에게 또다른 용역회사 설립 명목으로 100만원, 국제결혼 소개 사업 비용으로 60만원, 심지어 수표의 현금 교환 수수료 명목으로 30만원을 주는 등 190만원을 빌려줬지만 사업은 고사하고 변씨가 돌려준 돈은 20만원이 고작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기한내에 체류연장을 신청하지 않아 불법 체류자로 2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는 "돈을 빌려주거나 일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대놓고 말도 못하고 있다"면서 "돈을 받으려고 전화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호통 치면서 신고한다고 협박하고 있어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3개월 이상 임금을 받지 못해 충북지역 외국인노동자인권단체를 찾은 근로자는 지난해 4분기에만 180여명에 이른다.

관련 상담사례도 지난해 400여건으로 전년에 비해 100여건이나 늘었다.

이중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20% 정도로 신분이 적발돼 청주 외국인보호소에서 생활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도 한달 평균 10여명에 달한다.

청주지역 외국인노동자인권단체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여기에 동절기 일감마저 없어 이들에게는 올 겨울이 그 어느해 보다 추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