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노동자방송은 지금이 가장 희망적인 시기다
이주노동자 방송 상임 대표, 미누(미노드 목탄)

2009-01-20 오후 4:06:03          컬쳐뉴스        [ 이주호 기자]  






▲ 이주노동자방송 상임 대표 미누 씨를 만나 RTV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방송MWTV의 자구책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무실이 한산한 것 같은데, 요즘 할 일이 없나?

그런 건 아니다. 2월 22일 총회 준비 때문에 각자 할 일이 많다. 지난 12월 이후 RTV 제작 지원이 끊겼기에 독립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운영비는 RTV지원밖에 없었다. RTV에 이주노동자 뉴스와 이주노동자 세상이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560만 원 정도를 받았었는데, 작년 12월에 방송통신위원회가 RTV에 지원을 끊었고, 공익채널에서도 빠지게 되어 케이블 방송도 어렵게 되었다. 우선은 후원회원을 늘리는 방안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 매체도 후원회원에 관한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한국 사회가 훈훈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여태까지는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후원회원을 모집할 수밖에 없었는데, 후원회원에 관한 일만 해도 사실 일이 상당히 많았기에 우리로서는 벅찬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지금은 후원회원이 100여 명 정도 되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사실 1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분들은 지난 1년 동안 우리를 후원해 주신 분들이고 앞으로 이 부분에 우리가 신경을 더 쓰면 희망적이리라 본다.

후원회원을 모집하려면 후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후원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먹고 살기 어려운 판국에 컬처뉴스가 아니라 굳이 MWTV를 후원해 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가?

우리는 방송이라는 매체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고, 계속 일이 주어졌기에 열심히만 하면 됐었다. 그러나 현재는 일이 없어지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예전에는 방송을 만들어야 해서 만들었지만 이것이 누구를 위한 방송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 지금의 어려움 때문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단순히 이주노동자라고 부르지만 이주노동자들도 서로가 외국인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는 물론 외국인끼리도 공감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장을 만들고 싶다.

이주민 1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을 대신해서 한국 사람이 그들의 권익을 대변해 주는 일은 있었어도 이주노동자가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자신들이 생각하는 다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는 없었다.

몽골에서 온 이주 여성 한 분이, 자신은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 사람들에게 자기가 몽골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도 그러길 바랐고, 아들을 위해서도 자신의 국적을 밝힐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몽골에 살 때는 성격이 활발했지만, 자기 정체성을 감추고 사느라 사람들과 만남을 지속하는 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다 MWTV를 알게 되었고, 우리를 찾아와 몽골어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그 분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음도 가벼워졌다고 했다. 제작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주민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문화라는 것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고, 50년 이후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했을 때도 그 훈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이주노동자 탄압을 금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고, 지방자치단체나 문화단체들도 다문화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지난 번 마석에서처럼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두 가지 상황을 외국인노동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마석 이후로도 단속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옛날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권 바뀐 다음부터는 굉장히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역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고, 사상 유래 없는 단속인 것은 분명하다.

다문화 행사에 관한 여러 가지 홍보를 보다 보면 이주노동자로서 반가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겠나. 다문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이주노동자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이 다문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도 이주노동자 때문이고, 이전부터 앞장서서 문화교류를 하고 있었던 것도 이주노동자들이지만, 현재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는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빠져있다. 외국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사회와 이주노동자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마붑알엄 씨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한국에 일자리 없다, 외화 유출한다, 이런 식의 말들이 있어 적잖이 짜증이 났었다. 당신네가 지금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려줄 테다, 이런 오기가 생기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내 입으로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 입을 빌리는 게 나을 듯해서 오늘의 인터뷰를 마련한 것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해주려는 말이 무엇인지 미누 씨는 잘 알 것이다. 자 내 마음을 한 번 읊어봐 달라.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노동자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정부 정책은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를 내국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라 하는데,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현장 방문을 해 보기나 한 것인가? 얼마 전 한 노동자가 나를 찾아와서 일자리를 소개해 달라 했다. 그 사람은 한국에 들어온 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경기가 어려워 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두 달 안에 일자리를 못 찾으면 미등록이 된다.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라는 제도 안에서 한국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한국의 업주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국 정부에 인력 신청을 하면 한국 정부는 자신들과 체결되어 있는 국가들에 사람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고, 그 국가들은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의 일자리를 홍보한다. 대개 한국이란 나라는 첨단 기술이 발달한 나라여서 이곳에서 첨단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한다.

한국에 가겠다고 지원을 했어도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기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도 돈이 많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 노동자들에게 한국에 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스리랑카 노동자가 나에게 “눈을 똑바로 뜨고 그런 치욕을 느끼기는 처음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스리랑카에서는 한국에 가면 공장에서 물고기를 손질하는 일을 할 거라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는 배 위에서 물고기 잡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바다 위에서 고기잡이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은 한국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지 않은가? 이 사람은 더운 나라에 살다가 한국에 와서 추운 겨울 바다에서 쉬는 날도 없이 밤낮으로 일했다. 낮이고 밤이고, 오라는 통보를 받으면 가서 일해야만 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고문과 같았다. 너무 피곤해서 못 일어나면 발로 차고 물을 뿌리면서 깨웠다. 친한 사람끼리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 하는 것을 봤기에 문화적 차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때리는 건 별로 상관을 안 했는데, 최소한 일하는 시간만큼은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요청해서 들어왔고, 들어오면서 노동자 자신들도 투자를 했다. 노동자들은 제조업, 어업, 농업 한 분야를 정해야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선택한 업종을 변경할 수 없다. 농업, 어업으로 등록된 외국인이 추운 겨울 일자리가 없어져 해고 되면, 두 달 안에 같은 업종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등록, 다시 말해 불법체류자가 된다. 농업에 일이 없으면 제조업으로 바꿔 주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들어 온 지 얼마 안 돼 해고된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한국말을 잘 못해서 자신이 미등록인 줄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주노동자는 노동부와 계약을 맺고 한국에 온 사람들이니 노동부는 그들을 책임질 의무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요즘 한국인들 중 대학 안 나온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데, 그들이 공장을 생각할 것 같나?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에서, 언제까지 일해야 할지 근무 시간도 모르는 조건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할 거라 생각하는가? 일자리 창출 이야기는 참으로 이상적이지만, 문제는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80만 원에서 100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나.

돈을 벌어서 자기 나라로 가져가는 게 외국인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1,000원의 임금을 받았다면 공장에는 최소한 1,000원 이상의 이윤을 남게 해준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한국에서 소비를 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숙박비가 본인 부담으로 돌려지고 있다. 그 임금으로 숙박비 내고 생활을 한다고 생각해 봐라. 버스를 탔는데 내가 네팔 사람이라고 네팔 환율을 적용해서 버스비를 받는 것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 역시 한국의 경제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 고용허가제 안에서의 시간 1년 안에는 자신의 입국 비용을 갚기도 어렵다. 고용허가제로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업주들이 그만큼 신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대체 인력으로 한국인을 채우겠다는 게 이상적이긴 하지만 내국인들은 공장에 오질 않는다. 정부 정책은 고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문을 닫으라는 것이므로 공장주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가 되지만 그걸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사장마저도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 가족들의 문제가 새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들도 역시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고 가서 일을 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외국에 가서 일을 해도 되지만 외국인들은 안 된다. 정말 안 되는 것인가? 내국인, 외국인을 떠나서 그런 상관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주노동자는 존재하고 있다. 서로가 필요하고 그 필요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현 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이주노동자가 없어져야 한다는 일방적인 인식으로만 문제를 풀려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서로의 만족을 높이는 방식을 찾아야 옳지 않겠나.

그 정도면 할 말 다 하지 않았나 싶은데, 할 말 더 있으면 나중에 소주나 한 잔 하자. 같이 술 마신 지도 오래된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일이 많아서 술 마실 일도 많다. 조금 늙은 것 같지 않은가? 일이 많이 주어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일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 지금은 그 두 필요가 만나서 행복하다.









편집 :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