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중국동포 피살 수사과정 가혹행위 논란

[한겨레 2006-06-21 20:06]    

외국인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애꿎은 이주노동자 10여명을 강제연행해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과 해당 이주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전 11시께 경기 안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6~7명이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 아셉(26)의 자취방에 들이닥쳤다. 경찰은 이날 새벽 이 동네에서 일어난 중국 동포 조아무개(27)씨 피살사건을 조사중이었다.

경찰은 이날 방 안에 들어가 총을 들고 ‘꼼짝마’ ‘바닥에 엎드려’라고 소리쳤고, 이유를 묻는 이주노동자 3~4명의 머리와 얼굴 등을 발로 걷어찼다고 이주노동조합은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자바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아셉은 당시 14명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주말 모임을 하고 있었다. 정원섭(35) 조합 사무차장은 “이후 경찰서에 강제연행된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4~5명은 살인사건 용의자의 이름을 대라는 말과 함께 얼굴과 배, 가슴 등을 얻어맞았다”면서 “일부 노동자는 이튿날인 12일 안산 ㄱ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 경찰관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차량을 타고 가던 이주노동자가 검문을 받던 중 갑자기 달아났다”면서 “그를 붙잡아 거주지를 찾아가보니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있어, 혹시 함께 있을지 모를 용의자를 가려내기 위해 모두를 연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행된 이주노동자 가운데 살인 용의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추궁해 지난 20일 범인을 검거했다”면서 “불법 체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달아날 우려가 높아 가스총으로 제압해 연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조합과 안산노동인권센터 등은 22일 오전 안산경찰서를 항의방문해 사건 경위 등을 따지기로 했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