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있으나 미진한 외국인정책

[한겨레 2006-05-26 18:45]    



[한겨레] 정부가 어제 첫번째 외국인정책회의를 열고 새로운 외국인 정책을 밝혔다. 그동안 통제와 관리에 중심을 두던 정책을 이해와 존중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외국 국적을 지닌 동포, 결혼을 통한 이민자와 2세, 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한 세부 정책 과제도 확정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이 지난해 현재 국민의 1.55%까지 늘어난 걸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외국인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주 노동자 통제와 차별은 수많은 인권침해 논란을 불렀다. 외국 인권단체들로부터는 이주 노동자 탄압국이라는 비판까지 듣는 게 현실이다. 난민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고 영주권이나 시민권 부여 조건도 아주 까다롭다. 출입국관리법의 영주권 부여 기준을 보면, 많은 돈을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이 아니면 영주권 신청은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다. 농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국제 결혼도 다문화 시대를 대비한 정책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을 보면,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외국 국적 동포들에 대한 방문 취업제 도입, 외국인 여성 인권침해 예방 대책,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 불법체류 외국인 자녀의 학습권 보호 등이 그렇다. 이런 정책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되게 할 장치와 정책 의지가 뒤따른다면, 그동안 지적된 문제들이 꽤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도 많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됐으나, 이 조처는 사실상 국내 거주 화교들만을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 투표권 부여 기준이 까다로운 탓이다.

이주 노동자들 배려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3년 발효한 유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은 이동·주거 및 직업선택의 자유, 결사에 대한 권리 등 이주 노동자들에게 다양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권리를 한꺼번에 허용하는 건 힘들더라도, 산업연수제의 조속한 폐지와 고용허가제 개선을 통한 인권보호는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할 후속조처를 조속히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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