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이웃되기’ 경찰부터 바뀌어야죠
▲ 충남경찰청 직원들은 외국인 대상 범죄를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우리가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여긴다. 박성철 외사계장, 최소영 경장, 한광림, 이강수, 고덕우 경사(오른쪽부터)
내부교육용 영상물 만든 충남경찰청 직원들

범인을 잘 잡으면 유능한 경찰이다. 하지만 최고는 범죄를 미리 막는 경찰이다. 충남지방경찰청 외사계 직원들은 그런 철학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사계는 외국인 관련 범죄를 다루는 부서. 요즈음엔 외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이 많다. 테러 정보 수집과 기술 유출 방지 등도 맡는다.

김정식 청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막으려면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불법체류자나 함부로 대해도 되는 싸구려 일꾼으로 여기는 한 임금착취, 폭행, 성폭력 등의 범죄는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경찰부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김 청장의 지시로 박성철 외사계장과 직원들이 영상물을 만들었다. 직원 교육용으로 쓰기 위함이다.

제목은 ‘이들은 이웃인가 이방인인가’. 예산도 없이 직원들이 품을 팔아 만든 5분짜리 영상물이지만 내용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못지 않다. 3일만에 만들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잠깐 동안 광고회사에서 일한 박 계장의 경력이 크게 도움이 됐다.

대본은 박 계장이 썼다.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많다. 외사계 직원들이 현장에서 겪은 외국인노동자와 이주여성의 현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우리가 싫다고 위험하다고 기피한 3디 업종의 현장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월급을 못받거나 심지어 폭행당하며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영상물에는 작업중에 두 손이 잘린 사람, 공장에서 일하다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조선족 동포 등의 모습이 담겨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 시집온 뒤 학대받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도 보여주고 있다. 온 몸에 피멍이 든 여성, 한쪽눈에 큰 상처를 입은 여성, 팔에 칼자국을 입은 여성 등.

이주여성의 참담한 현실 등 감동있게 5분짜리 화면 담아

자료 화면은 한광림, 고덕우 경사가 외국인노동자의집 등 관련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발로 뛰어 다니며 모았다. 둔산경찰서 이강수 경사와 충남경찰청 민원실 최소영 경장은 단아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맡았다. 두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의 처지를 제대로 담아 내기 위해 7시간 가량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잘 사는 한국남자와 행복하게 살려고 가난한 가족들에게 입 하나라도 덜려고 택했던 한국행… 남편은 지아비가 아닌 자신을 돈을 주고 사온 주인 행세를 합니다. 여성들은 낮에는 개미처럼 일하고 밤에는 성욕의 만족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하죠. 수백만원짜리 움직이는 재산으로 취급당하며 감시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 남성과 아시아 출신 외국 여성이 결혼해 낳은 코시안 문제도 다뤘다.

“코시안 5만명, 이들은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낙오자로 전락했습니다. 코시안은 외국인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친구가 될 소중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박 계장은 “한류도 있고, 외국 진출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회공헌사업을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를 다녀간 이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그 모든게 허사가 될 수도 있다”며 “마음으로부터 코시안과 외국인 노동자를 따뜻한 우리 이웃으로 맞아들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5만명 코시안 아이들 우리말이라도 가르쳐야”

“향후 코시안을 비롯, 다민족들이 모여살게 될 사회에 대해 분명하고도 확고한 대책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영상물에 나오는 말이다. 외사계 직원들은 현장에서 이를 절감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코시안 문제. 5~8만명으로 추정되는 코시안은 국적이 한국이지만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낙오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코시안 아이들은 어머니와 주로 생활하면서 언어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때인 1~3살에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말이 서툰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

외사계 직원들은 코시안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미국처럼 범죄자나 조직폭력배 등으로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성철 계장은 “우리말이라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며 “방치할 경우 나중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시급한 문제로 의료지원을 꼽았다. 싼값에 험한 일을 시키면서 의료보험과 의료보호 대상자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 지위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볼 때 낯이 서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직원들은 외국인노동자가 업주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더라도 해당 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다른 회사로 옮기지 못하도록 한 제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나 다름없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