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기자
2007-05-11 05:56:13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온 친구가 얼마전 그러더군요. 미국은 아직도 인종차별이 심하다구요. 그러나 만인이 보는 공개적인 자리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자신의 차별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진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비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노골적인지요.

특히 여성과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폭력 사건이나, 구조적인 차별 때문에 피해를 당한 가슴 아픈 사건 기사들에도 어김없이 악의적인 댓글들이 달리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에 여성이 등장하면 외모를 폄하하면서 성적인 비하를 일삼고, 폭력 피해자에게 “당해도 싸다”며 비난하고, 장애인 고용에 대해 ‘제정신 박힌 사람이면 장애인을 고용하겠냐’ 식의 폭언을 하고요.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제기되면 인종차별을 드러내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라고 하기 일쑤지요.

사실 그 정도의 댓글은 악플에 속하지도 않을 겁니다. 쌍욕을 해대면서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말들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누가 더 심한 폭언을 하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줄줄이 달리는 댓글을 보고 있자면, 우리 사회의 네티즌 문화가 대체 왜 이런 것일까 두려워집니다.

댓글 문화는 인터넷의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네티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댓글 문화에서 과연 순기능을 얼마나 찾아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유게시판이나 네티즌 의견란은 악의에 가득 찬 배설물들이 채우고 있어서, 순기능을 하는 게시물을 찾아보기가 어려우니 말입니다.

기사나 사건에 대해 비방이나 욕설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정중하게 제시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의견들은 무수한 악플에 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거니와, 금새 비아냥대는 이들의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네티즌들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을 ‘재미’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굉장히 무섭고 위험한 일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언어폭력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모양인데, 자신이 적어놓은 댓글이 바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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