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독자노조 출범  
일단 수도권 대상으로…전국조직 건설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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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work0818@nodong.org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내걸고 지난 2003년 11월부터 381일 동안 명동성당을 농성을 벌였던 이주노동자들이 독자노조를 결성해 주목된다.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 100여명은 지난 4월24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Seoul·Gyeounggi·Incheon Migrants′Trade Union, 약칭 MTU)' 창립총회를 열었다. 노조 출범과 동시에 90여명이 가입했으며, 평등노조 지부장을 지낸 아누아르 후세인 씨(34·방글라데시)가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4월24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MTU)가 출범식을 갖고 창립총회를 갖고 있다.
박수경 work0818@nodong.org

아누아르 위원장은 이날 "이주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빈번한 해고와 정부의 마녀사냥식 단속, 추방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노조를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중심으로 사업장 내 노동권 쟁취를 위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는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 이상무 경기본부장, 오산 이주노동자센터, 미래연대, 민주노동당 등이 참석해 노조결성을 축하하고 연대를 다짐했다.
신승철 부위원장은 격려사에서 "이 땅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법제도 개선을 위해 첫발을 띤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그 동안 많은 어려움과 고비를 넘기고 다시 노조라는 힘든 투쟁을 선택한 각오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말고 조합원으로서 복무와 책임을 다해 힘있는 투쟁을 전개하자"고 당부했다. 신 부위원장은 이와 함께 "민주노총도 이주노동자 현안투쟁과 제도개선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무 본부장도 노조 출범을 축하하는 한편 지역본부 지원과 연대를 약속했다.
노조는 이날 '단속추방 반대 및 이주노동자 근로조건 개선과 권리를 확보하고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목적으로 우선 단속추방저지를 중심으로 당면투쟁을 펼치면서 차츰 전국조직 건설을 위한 토대를 닦아나갈 것을 결의했다.
그 동안 이주노동자 투쟁과 조직에 함께 해온 민주노총 김혁 미조직비정국장은 "이주노동자들의 독자노조 결성은 2003년 정부 강제추방정책에 맞선 명동성당 농성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가 노조를 결성, 주체로 나섰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빌미로 한 노조설립 허가여부, 계속되는 강제추방정책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활동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주노동자들은 그 동안 2002년부터 평등노조 산하 '이주노동자 지부'를 통해 활동해왔으며, 대구 성서공단 노조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가입해왔다. 이날 노조결성은 평등노조 이주지부가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전국노조 준비위' 구성 조직확대 나설 것"  
이주노동자 독자노조가 출범했지만 그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그 가운데서도 애초 목표와는 달리 전국 차원이 아닌 수도권을 중심으로 출범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김혁 비정규사업국장은 이에 대해 "노조를 전국으로 확대하기에는 역량이나 내용이 부족했다"면서 "이후 이주노동자 투쟁단 구성, 전국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전국이주노동조합 준비위'를 구성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박천응 목사는 "이주노동자 독자노조 결성은 외국사례에 비춰봐도 정당하고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아직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고 노조 결성과정에서 대다수 이주노동자들과의 공감대가 적었다"며 노조 출범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 목사는 "노조가 실질적인 이주노동자노조로 자리잡아가기 위해서는 노조설립허가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대다수 이주노동자들로의 지지와 지도력을 확보하고 한국 노동자와 노조의 연대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이와 함께 "정부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해 노조활동을 규제하기보다 건강한 노조활동이 되도록 지원하고 정상적인 대화틀을 만들어 합리적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외국인노동자 인권모임 김민정 사무국장은 "다른 곳보다 먼저 서울경기인천에서 노조를 시작해 앞으로는 그 경험으로 지역에서도 노조를 꾸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산지역은 올 한해 민주노총 일반노조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노조 문제를 고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국적 조직확대와 관련해서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한국인 노동자와 함께 일하고 있어 한국인 노동자와 노조활동을 함께 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며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누아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지역본부, 센터 등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조직하고 노조를 확대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고, 이후 전국현장을 돌면서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등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며 한국노동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부탁했다.
민주노총은 산하 연맹, 지역본부, 이주노동자 연대단체,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이주노동권 대책회의를 꾸려 이주노동자 현안문제와 법제도 개선에 대한 연대를 논의해 오고 있다.
박수경 work0818@nodong.org  



2005년04월25일 16: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