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http://www.migrantsinkorea.net/webbs/view.php?board=mignews&id=33 지난 13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안와르 위원장 석방과 단속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일인시위가 7일 째 진행되었다. 하루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담당하던 이 시위에 당일에는 이주노동조합 조합원인 네팔인 B씨와 방글라데시 K씨가 함께 진행했다.

뜨거운 땡볕아래 오전 10부터 시작된 이날 시위는 예정대로 저녁 7시까지 진행되었는데, 오후 4시가 되자 시위장 주변 곳곳에서 출입국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여럿 발견되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한 채 거리홍보와 서명전을 진행했다.

정확히 4시 6분, 평상복 차림의 한 30대 후반의 남성이 광각렌즈가 달린 수동카메라를 들고, 중앙극장 쪽에서 성당 건너편 도로를 따라 명동거리 쪽으로 걸어가며 사진을 찍는 것이 확인되었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이 다가가 신원을 묻자, 잔뜩 긴장한 채로 자신은 ‘대학생 선교회’라고 설명하고 황급히 사라졌다.

그러나 ‘선교회’ 소속이라 밝힌 남성이 명동거리 쪽으로 사라진 지 정확히 10분이 지난 4시 16분,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 긴 팔 등산복 차림으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수염을 기른 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전 보다 더 큰 망원렌즈가 부착된 수동카메라를 목에 건 채, ‘선교회’ 남성이 사라진 쪽에서 다시 나타났다.

등산복 차림의 이 남성은 명동 거리 쪽에서 성당 건너편 ‘민들레 영토’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 시도하다, 시위 참가자들이 이를 계속 주시하자, 머리를 숙이고 중앙극장 방향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등산객’이 사라진 후 정확히 10분 후인 4시 26분, 이번에는 아주 짧은 머리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다시 명동거리 쪽에서 시위장 앞으로 걸어왔다. 이를 확인한 시위 참가자들이 이 사람을 촬영하자, 대담해진 ‘짧은 머리’는 시위장 바로 앞으로 다가와 참가자들을 노려본 후, 시위장 뒤쪽에 세워 둔 프라이드 승용차 안을 유심히 살펴본 후 사라졌다. 이‘짧은 머리’의 남성은 성당 위쪽으로 올라간 후 6시까지 시위장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이렇게 30분 동안 세 명의 카메라 맨이 발견되는 동안, 명동성당 주변에는 양복차림의 30대, 40대 나이의 다른 출입국 직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삼삼 오오 발견되었는데, 이중에는 젊은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고, 서로 지나가며, 사인을 주고 받는 등, 명동성당 주변에 약 20명 정도의 출입국 직원들이 대기 중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했다.

특히, 성당 주차장 입구 앞과 도로 건너편 약국 앞에는 첫 카메라 맨이 발견된 4시부터 한 시간이상 계속해서 유리창을 검게 한 렉스톤 차량 두 대와 봉고차 한 대, 인천으로 되 있는 아반테 승용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출입국직원들의 감시와 차량들을 감지한 시위 참가자들은 4시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마이크를 통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위원장의 구속과 이주노동조합을 알리는 거리 홍보를 진행했고, 두 세 명의 연대 동지들은 거리로 나가 더욱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시위 참가자들이 거리의 시민들에게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해 알리자 많은 지나가는 시민들이 이를 지지하는 서명과 발언을 해 주었고, 모금함에 돈을 넣어 주었다.

이날 오후 시위장에 시원한 음료수와 종이컵을 사들고 방문한 이름을 밝히기를 사양한 오(40, 인천)씨는 “안와르 위원장의 ‘보호소 수감 소식’를 보며, 지난 88년, 전북 전주의 한 메리야스 공장에 취업했다 징역을 산 경험이 떠올라 서명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수줍게 웃으며 성당안으로 사라졌다.

또 로얄 호텔 앞에서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한 택시기사 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죄없는 도망자”라며, 이 땅에서 일하면서도 정부의 보호나, 의료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개탄했다.

또 이날 서명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이미 안와르 위원장의 연행 소식을 접했다”며, 홍보물을 받자마자 자진해서 “위원장 석방 서명과 불법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명동 거리의 시민들은 바람에 넘어진 이주노동조합의 피켓을 세우거나, 가방에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모두 놓고 가거나, 서명과 함께 "힘 내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등의 격려의 말들을 해 주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안와르 위원장의 석방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부터 일인시위에 함께 한 한국인 연대 동지는‘출입국 직원들이 움직임이 감지된 이상, 더욱 체계적인 한국인들의 지원이 준비되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마야 200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