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주인이 원합니다. 매표소 복구하고 고용승계 하십시오.
(2006. 4. 22.)




(▲ 위력이 태풍 같았다던 바람이 일던 날, 그 거센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노숙농성장을 사수하고 있는 부지매.)

4월 19일 노숙일기 - 이대경  

불편하게나마 잠시 잠을 청하는 동지들의 얼굴을 때리던 황사비가 오후 늦게 접어들자 바람까지 가세하여 태풍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새벽에 내린 비로 동지들의 건강을 염려하던 터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시청 천막도 걱정...)  아무래도 촛불문화제는 취소해야 될 것 같아서 동지들을 일찍 보내고 차안에 쪼그려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하철 변 조직부장님께서 오랜만에 오셨다.  조직부장을 그만두신다는 얘기였다.  그나마 부지매 동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섭섭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래도 현장으로 돌아가 부지매 투쟁에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는 말씀에 조금은 위안을 삼는다.  

늦은 저녁 예상한 대로 천막상태가 위태위태하다는 문문호동지의 연락이 왔다.  급히 몇몇 동지들에게 연락을 하고 정신없이 천막으로 향했다.  혼자서 당황하고 있는 문 동지를 보며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있는데 코에서 코피가 시원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내 코피를 닦아주는 동지들을 보니 왠지 눈물이 글썽였다.  동지들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다짐했건만...  어쨌든 대충 견딜만하게 천막보수를 해놓고 나니 노문위 박경화 동지가 수고했다고 새참을 사왔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며 다시 미소 짓는 동지들의 얼굴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일은 아침 일찍 대책위 회의가 있어 나는 먼저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잠시나마 나약한 생각을 한다.  우리의 투쟁이 언제나 끝이 날지를...  또한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던 코피처럼 하루 빨리 저들에게 시원한 답변이 있기를...

- 부지매의 수석으로 부지매 안팎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원래 눈물 많고 여린 동지였는데 수석이 되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지금껏 당차게 잘 뻐텼습니다.  오늘 옷에 번져 시커멓게 변해버린 이 동지의 코피 자국을 보았습니다.  버티기 위해 억지로 밥을 먹는다는 이 동지.  가슴이 천근만근 무거워졌습니다.  까맣게 변해버린 이 동지의 얼굴 뒤로 보이는 번드르한 대리석의 높디 높은 시청 건물이 오늘따라 수석의 핏빛으로, 노동자의 핏빛으로 얼룩져 보였습니다.
  




4월 21일 금요일 아침 노숙일기 - 서재관  

어제는 은주, 여정, 용재, 영재 동지와 바람이 세차게 날리는 아이온시*티 맨바닥에서 새벽을 보냈다.  

노숙장을 들어가기 전 범진케이블 신O식 동지가 있는 중앙케이블 회장 아파트 앞에서 촛불문화제에 다녀왔다.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셨기에 당연히 참석해야 할 자리였다.  부지매와 같이 해고된 상태로 복직을 위해서 투쟁에 임하는 모습이 뭐라고 할까, 안타깝기도 하고, 어서 빨리 같이 고용승계가 되어 축배의 건배를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를 일반노조 구O천 동지께서 보기로 했는데 늦게 오는 바람에 신O식 동지께서 시작을 했다.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는가를 표정과 내용에서 알 수 있었다.  왜 노동자는 항상 사용자에게 착취와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해고가 된다면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 터인데, 그렇게 인간적인 감정 없이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느냐 말이다.  문화제는 정말 재미있었다.  나도 나가서 간단한 발언과 함께 김은정 동지와 ‘무노동 무임금을 자본가에게’를 불렀다.  가사를 고쳐 부르는 버전이 있는데 신O식 동지가 욕을 하지 말라고 해서 참았다.  그리고 일반노조 핏대노래패, 신O식, 전O혁, 구O천 동지들과 함께 ‘혁명의 투혼’을 힘차게 불렀다.  8시 20분을 조금 넘겨 촛불문화제는 끝이 났고, 계속해서 뒷풀이는 진행되었다.  나도 뒷풀이의 유혹이 일었지만 운전을 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부지매 동지들은 자리를 떴고, 나는 사수조들과 노숙 현장으로 돌아왔다.  

용재, 영재 동지가 추운 날씨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중앙문화제에 참석을 하고 싶어했지만 희생을 한 두 동지께 이 글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지하철 이O훈 동지께서 와계셨다.  같이 식사를 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셨다.  난장판도 오늘은 벌어지지 않았고 다들 일찍 자기로 했다.  바람이 너무나 심하게 불었기에 침낭 겉에다 이불을 덮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얇은 침낭을 먼저 걸치고 다시 좀 더 두꺼운 침낭을 걸쳐 자크를 잠글 수 밖에 없었다.  새벽에 너무나 답답해 숨을 못 쉴 정도였다.  안에 침낭을 벗어던지고 겉에 침낭만 덮은 채 다시 누워 잤다.  새벽에 자주 깼다.  춥기도 하고 귀마개를 해도 소음은 조금씩 들렸기 때문이다.  

노숙하면서 동지들이 몸 상태가 더욱 안좋아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집에서 잠을 많이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느낌이다.  어제는 왜 그리 뒷골이 댕기는지, 힘들었다.  20일이 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허남식 부산시장이 옳은 결정을 할 때까지 우리들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민주노총 총파업이 시청에서 있다.  그 쪽 집회가 끝나면 서면까지 행진을 한다고 한다.  시청에서 서면까지의 행진도 이제 일상이 된 느낌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부지매 문화제가 있다.  서울에서 노래패 동지들이 내려온다고 하던데 더욱더 우리들의 자리를 빛내줄 것이다.  항상 주위의 지역 동지들께 감사한다.  부지매 동지들, 아프지 않게 건강 유념해서 투쟁했으면 한다.  오늘도 투쟁!  

- 천막농성과는 달리 노숙투쟁은 날씨와 환경의 악조건을 고스란히 그대로 받아야 하기에 부지매 동지들의 체력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병원신세를 지지 않는 동지가 아무도 없을 정도이지만, 지금껏 서 동지의 일기에서 보듯 부지매 동지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열망은 과히 그 누구도 꺽을 수 없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결단만이 남았습니다.    




(▲ 4월 21일 부산시청에서는 ‘비정규개악입법저지 및 부산지하철매표비정규해고노동자 고용승계쟁취를 위한 결의 대회’가 있었다.)

4월 21일 오후 2시 부지매 천막농성장이 있는 부산시청광장에서는 ‘비정규개악입법저지 및 부산지하철매표비정규해고노동자 고용승계쟁취를 위한 결의 대회’가 있었습니다.  부산지역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4~500 대오가 부산시청 앞으로 몰려나왔습니다.  ‘비정규악법은 대대적인 해고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며, 또한 ‘비정규법안이 태풍이라면 FTA는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기에 노동자의 힘으로 이를 막아내자’며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최용국 본부장님께서 대회사를 하셨습니다.  집회가 끝난 뒤 시청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비정규 악법 저지와 부지매 외면하는 허남식을 규탄한다’는 구호을 외치며 허남식 선거사무실이 있는 서면 아이온시*티 건물까지 가두행진을 벌렸습니다.

허남식 선거사무실로 향하는 길, 우리는 큰소리로 부산시민들에게 알렸습니다.  부산교통공사 경영진들의 잘못된 경영혁신과, 매표소 복구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바램과 부산지하철매표비정규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외면하는 허남식 부산시장의 무책임함을.  행진하는 동안 유인물을 나눠드렸는데, 시민 여러분들의 우리들을 걱정하고 잘 풀리길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이 전해져왔습니다.

허남식 선거사무실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대오는 선거 사무실을 빙돌아가며 에워쌌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서면로타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거침없이 알렸습니다.  가는 걸음 멈추고, 차량의 창문을 내려가며 부산시민들은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오시고, ‘힘내서 꼭 일터로 돌아가라’고 힘을 실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우리는 어제 시민들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매표소 폐쇄로 인한 부지매의 이 집단해고 문제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 수많은 부산시민들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분명 정든 일터, 매표소로 돌아가리란 사실을.

허남식 부산시장님, 이제 결단을 내리십시오.  부산시민이 원합니다.  시의 주인이 원합니다.  매표소를 복구하고 저희들을 고용승계 하십시오.  잘못된 정책은 하루빨리 제자리로 되돌려져야 합니다.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매표소 해고노동자들의 절규로 뒤덮인 부산의 거리가 더 이상 청년들의 피로 물들기 전에.

허남식 부산시장의 책임입니다.  
매표소 부활하고 고용승계 보장하십시오.



(▲ 시청에서 서면까지 행진하여 지역동지들과 허남식 선거사무실이 있는 아이온시*티 건물을 에워싼 채 허남식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공지> 4월 24일 촛불문화제는 없습니다.  월요일 오후, 앞서 가신 열사들이 잠들어 계신 솥발산을 다녀오기로 했거든요.  굳게 결의를 더욱더 다지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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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224일째 / 고용승계 투쟁 10개월째 / 천막농성 142일째 / 노숙투쟁 25일째]
부/산지역 일반노조 지/하철 비정규직 매/표소 해고노동자 현장위원회 (부지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