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등 100일 르포

기획 : 정호식
연출 : 최우철
글/구성 : 박선영
방송시간 : 2006년 4월 23일 (일) 밤 11시 30분 (55분)  
  





기획의도

어느 날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집에서 살게 된다면...
그리고 국적도 모두 제각각이면...

한국 속의 외국, 다양한 피부색의 외국인들과 이색간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경기도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갈 곳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를 특별 제공하면서, 각국에서 모인 외국인들의 엉뚱한 동거는 시작됐다.  

취재진은 100일간 쉼터에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동고동락, 그동안 좀처럼 공개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밀착취재 했다. 취재진은 물론 서로에게조차 쉽게 마음을 열지 않던 이방인들, 그러나 그들만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보기까지의 그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 주요내용


▶ 어색한 만남, 그리고 동고동락

- episode

각국에서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한 지붕 아래 깃들었다. 스리랑카, 중국, 콩고,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디오피아... 하루도 그냥 조용히 지나치는 날이 없다. 달랑 가방 하나가 전부인 이들에게 쉼터는 엄청난 호사지만, 문화적 충돌에서 야기된 소소한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한다.

같은 방을 쓰면서 갈등의 골이 유독 깊어진 심바(콩고)와 빅토(우즈베키스탄). 심바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매일 밤 다른 방으로의 탈출 소동을 일으키는 빅토, 그러나 매일 꼼꼼히 목욕도 하고 없는 살림에 로션세트까지 구비한 심바는 그런 빅토가 야속할 따름이다.

허름한 잠바 하나로 겨울을 나는 다른 쉼터 사람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심바의 옷차림, 서울 이태원에서 미국인 행세를 한단다. 밥 먹듯이 하는 거짓말 탓에 어느새 쉼터 내 공공의 적이 된 심바, 결국엔 퇴출 명령을 받고 마는데...

각국에서 모인 만큼, 이들의 공용어는 바로 한국어. 손짓과 몸짓까지 합세해 보지만 대화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특히, 까따꼼블레(스리랑카)는 자칫 잘못 부르면 욕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름 때문에 늘상 곤욕이다. 그렇지만 덕분인지 쉼터엔 종종 웃음보가 터진다.  

다양한 나라만큼이나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쉼터에 모인 이들... 스리랑카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나빈은 한국서 아내가 행방불명이 되자, 한국을 전전하며 부인을 찾고 있다.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긴 하지만, 부인을 만나기 전엔 결코 스리랑카로 돌아갈 수 없다.

늘 조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쉼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데레제(이디오피아). 그러나 어느 날 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고 마는데... 난민 신분으로 취업조차 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 폭발하고 만 것이다. 결국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만다.

      

▶ ‘샐러리 No! 돈벌이 NO!'

언제까지고 쉼터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 쉼터의 외국인들은 매일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하루 종일 지하철로 버스로 이동하는데 드는 차비만도 만 원 정도가 든다.

이른 아침, 제일 먼저 쉼터를 나서는 샴(스리랑카). 쉼터 내 가장 나이가 많은 샴은 번번이 나이 제한에 걸린다. 더욱이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아 점점 자신감을 잃고, 설상가상 좀 더 회사를 찾아다니려다 제 시간에 쉼터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로 퇴출 명령까지 받고 만다. 결국 쉼터를 떠나게 된 샴... 그의 행로는?

제법 좋은 회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은 란지트(스리랑카). 그러나 예상 밖으로 기쁜 표정이 아니다. 작업환경이나 복리후생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회사, 그러나 문제는 월급이다. 주 5일 근무에 야근이 드문 하츠의 호사를 누리기에 란지트에겐 돈이 너무 절박한데... 좀 더 구미에 맞는 회사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란지트의 고민은 계속된다.



▶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어느 날, 불법 체류자인 영광이 엄마가 출입국사무소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원곡동에 날아든다. 학교 대신 매일 엄마가 갇혀있는 출입국사무소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영광이, 닿을 수 없는 유리벽 너머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스리랑카행 비행기 표를 손에 넣고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가슴 벅찬 사만타(스리랑카) 일행. 나빈(스리랑카)과 레톤(방글라데시)은 이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강제 출국의 위험을 안고도 매일 아침 공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나빈, 역시 불법 체류의 신분으로 프레스 기기에 눌려 손을 심하게 다쳤으면서도 아직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레톤... 그리고 언제든 본국으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이면서도 한국을 또 다른 고향으로 정 붙이고 사는 사람들... 불법의 말로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잔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