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사업장을 순회하는 동안 60일 넘게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화인케미칼 동지들의 집회에서 연대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남한 노동자들의 파업집회였습니다. 오와 열이 너무 정확해 대각선으로도 줄이 맞을 지경인 정돈된 대오, 파업조끼로 연출하는 붉은 현기증! 건강이 투쟁력이라는 집회사회자의 말과 함께 피티체조(참 멋진 표현아닙니까? 프롤레타리아의 체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조합원이 일사불란하게 연출하는 투쟁율동, 승리를 염원하는 기원 굿처럼 단체율동이 끝나고 못난 저에게 연대사를 부탁했습니다.

아! 나는 보았습니다.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어제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통해 비범한 눈빛을 가진 계급투쟁의 전사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유세에서 쟁점 중의 하나는 당직공직 겸임금지였습니다. 그날 대표후보들간의 토론회에서 모든 후보가 당직공직 겸임금지를 풀자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의 위기가 당직공직겸직금지 때문이라는 상황인식이 참 웃깁니다. 제가 특히 못마땅했던 것은 유세과정에서 문성현 대표후보가 당직공직 겸임금지를 풀자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하기 위해 드는 논리였습니다. 문성현후보는 대표에 권영길의원, 노회찬의원, 심상정 의원처럼 대중성을 가진 지도자들이 나와야 마땅하나 못나오는 규정 때문에 자신이 나오게 되었다는 말을 유세때마다 되풀이 했습니다. 저와 문성현후보간에 노선적 차이를 말하자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놓여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노동운동가 문성현으로 말하자면 위의 세사람을 다 주어도 안 바꿉니다. 절은 시절 저에게는 영웅이었던 문성현후보가 고작 의원직을 수행해서 언론에 노출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자신을 세사람의 아랫줄로 세우는 것은 어설프나마 노동운동가 김광수에게는 모욕입니다.

당의 대중성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 대표를 맡아서 강화된다면 차라리 연애인을 영입하죠, 당직공직 겸임금지는 대중운동, 대중투쟁의 지휘부에게 의정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주자는 것입니다. 노동조합 현장조직에서 집행부선거에서 자기 후보가 당선되면 현장조직 운영에서 임원 당선자들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현장조직 대표직은 현장에 있는 활동가가 맡게 합니다. 그것은 현장조직이 집행부에 대한 감시, 견제 역할을 원할하게 수행하기 위해서고, 특히 현장투쟁의 역동성이 집행논리에 의해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광주로 넘어오기 전에 구미 한국합섬 동지들의 투쟁현장에 들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100명의 동지들이 사측의 휴업조치에 반발해 출근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섬유산업 죽이기에 나서는 정부의 한심한 산업정책, 노동조합을 죽여서 손실을 막겠다는 자본의 허튼 기도가 노동자를 투쟁으로 나서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강화섬과 연대투쟁하다가 구속되고, 부상당한 간부들은 이제는 대 정부투쟁이라는 다짐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당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비범함에 응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에는 수많은 의인들이 있습니다. 지역과 현장에서 현자역할을 하고 있는 소중한 당원들이 있습니다. 당중심성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후보들이 정말 많이 합니다만, 진정한 당중심성이란 투쟁하는 노동자와 굳건히 결합한 우리의 지도부가 의원단을 포함한 당의 동원가능한 역량을 동원해 노동해방, 사회주의 쟁취의 길로 대중을 인도하는 것입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형형한 눈동자를 생각한다면 당에서 겸직금지를 가지고 말장난하는 것은 그만 두어야 합니다.

남한 혁명의 영원한 상상력, 광주에서

가슴이 따뜻한 사회주의자 김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