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주저할수 없는 농민운동의 정치적 활로
            -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 건설과 농민운동

박웅두(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2005년 한해. 농민운동은 뱃사람들에게 ‘죽음의 파도’ 라고 불리는 삼각파도에 휩싸여 악전고투 속에 겨우 뱃머리를 안정화시켜내고 2006년을 맞이했다.
쌀협상 국회비준 강행처리, 홍콩투쟁과 구속자 문제, 수많은 농민들의 음독자살과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의 사망에 따른 열사정국은 전농 결성 15년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투쟁이었으면서도 농민운동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히 세워낸 투쟁으로 농민운동사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아직 모든 사안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뒷수습과 함께 농민운동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총정리하는 것이 남아 있지만 죽음의 파도를 뚫고나온 뱃머리의 상처는 모든 농민운동 간부들에게 농민운동의 전망을 깊이 고민하고 실천의 자양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1.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 범대위 활동은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의 중요한 실천적 교훈

쌀개방 저지투쟁을 비롯한 WTO 홍콩각료회담 저지 투쟁은 농민들에게 중요한 문제의식을 안겨주었다.
개방위기와 쌀값폭락으로 절망에 빠져있는 농민들에게 투쟁의 기운을 불러 일으키고, ‘농업문제 해결이 농민운동만의 힘에 의해서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 는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자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농업문제 해결이라는 것이 집권을 통한 정치권력을 획득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으며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이 결집된 전략적인 투쟁중심을 바로 세워내야 한다.’ 는 것을 아래로 부터 확인해 가고 있다.

실제 평생동안 농사만을 지어온 70대 촌로도 "이제는 국회의원들 믿지 말고 투쟁해야 돼. 농민만 나서 가지고는 안되니까 한꺼번에 바꿀 수 있도록 투쟁해야 돼" 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연대투쟁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약 40여 일에 걸친 범대위 활동은 이러한 연대연합운동의 중요성과 실천력을 농민대중 속에 강력히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단순한 연대투쟁이 아닌 정확한 정치적 지도와 이를 실천해 나갈 정치대오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을 담아낼 큰 그릇이 마련되야만 승리할 수 있다.’ 는 확신을 갖게 하였다.
비록 홍콩투쟁으로, 열사투쟁에 모든 농민역량이 집중되지는 못하였지만 민중진영을 중심으로 한 투쟁 구심과 각계각층의 지지 엄호는 이후 단일연대연합체가 나아갈 발전 경로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2. 단일연대연합체 건설 강화의 농민운동적 의미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은 농민운동의 발전과정이 증명하듯 농민운동이 안고 나가야 할 중요한 조직방침이다.
이는 민족민주운동 전체의 발전 뿐 아니라 농민운동의 자기발전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농은 조직방침 중 하나로 ‘시군민중연대 건설 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전국적 단일연대연합체 건설의 토대를 만들 것’ 을 결의해 왔다.
앞서 범대위 사업의 성과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단일연대체 건설은 농민운동을 보다 질높은 정치투쟁으로 견인하는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다.

1) 단일연대체건설은 농민들의 경제적 요구를 정치투쟁으로 질적 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미 농민운동의 주요한 과제들은 농민운동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 만큼 농업문제가 본질적 모순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민대중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쟁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요구를 정치투쟁으로 한 단계 상승 발전시켜내야 하는 절박성을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요구를 실현한다고 하더라도 지배권력은 더욱 교묘하게, 지속적으로 정치경제적으로 농민들의 삶을 지배해 오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지배권력의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뀌돌 듯 경제적 현안에 머물 수밖에 없으며 운동중심은 고립분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제적 현안을 중심으로 머물러 있는 투쟁을 본질적.정치적 투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 안내하는 것은 전농조직의 자체 노력 뿐아니라 매시기 명확한 정치투쟁방침을 안내할 단일연대연합체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2) 고립분산적인 투쟁을 전국적이고 전면적인 대중투쟁으로 확대해 낸다.

농업문제는 이미 WTO에 의한 세계적 지배체계 내에서 일국의 정책 하나하나를 간섭,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만의 고립된 투쟁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또한 매시기 정치적 사안 역시도 그 성격상 ‘지역별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는 것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당면한 투쟁을 집중화된 정치투쟁으로 발전시켜내기 위해서도 실질적으로 투쟁을 지도 안내해 갈 강력한 연대연합체를 통해 가능하며 또 이를 통해 개별적 투쟁이 정치적 엄호 아래 더욱 확대되는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시군지역에서 전개된 파병반대, 효선미순,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투쟁 등 다양한 정치투쟁들이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전국단위 연대투쟁체(대책위)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처럼 농민투쟁을 선도해 나갈 전국단위 정치적 구심이 절실하다.

3) 농민의 집권을 위한 대중적 토대를 구축한다.

농민운동의 긍국적 승리는 민중중심의 권력재편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농민 자신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각계각층의 정치적 연대와 이를 집권으로 안내할 진보적 대중정당을 통해 가능하다.
때문에 농민운동이 중심이 된 강력한 단일연대연합체와 진보적 대중정당은 농민운동이 집권세력으로 거듭나는 정치적 훈련을 부단히 높여내는 과정이 될 것이며 이는 농민운동이 정치적 완결성을 이룩하는 길이다.
특히 기층으로부터 연대를 촉진하여 지역토대를 구축하는 것은 순전히 농민운동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역량을 배분해야 한다.


3. 단일연대연합체 건설 강화를 위한 농민운동의 역할과 과제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 강화하는데서 농민운동은 중핵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일 연합체는 농민운동을 정치적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가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직적 방침을 분명히 밝히고 역량을 집중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1) 단일연대연합체와 진보적 대중정당과의 유기적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내야 한다.

전농은 2003년 정치세력화 방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과 견해 차이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생활과 투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농민운동의 특성과 이미 일정부분 지역정치력을 확보하고 있는 조건에서 운동경로에 대한 이해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농민운동 조직은 시군지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높은 대중력을 바탕으로 정치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미 몇차례 선거를 통해 제도정치에 참여해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조직적 공과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서 운동 경로와 전망을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적 차이는 전선과 진보적 대중정당과의 관계를 전략/전술적 관계로 설정하거나 대중조직과 정당과의 관계를 평면적으로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우리시대의 진보정당은 그 자체로서 각계각층을 망라한 통일전선적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조직을 정치적으로 견인하고 대중조직의 투쟁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연대조직 건설과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건설을 분리하거나 지역민중연대 건설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는 편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회변혁운동의 기본이론에 기초하여 단일연대연합체와 민주노동당과. 대중조직과의 역학관계에 대한 농민운동 내적 통일성을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 전농으로 대별되는 농민운동 진영이 단일연대연합운동에 더욱 힘있게 복무하는 길이다.

2) 지역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조직적 역할을 높여야 한다.

농민운동의 정치적 힘은 시군을 바탕으로 한 기층대중과의 혈연적 연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시군을 기초로 하는 지역 단위에서 농민운동이 중심이 된 지역연대를 내오고 이를 실질화하는 것이 전국적 연대체를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산하 지역조직과의 일상적 연대를 심화할 수 있는 다양한 상급단위의 지도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농민운동 자신이 이에 대한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시군민중연대를 구성하였음에도 정치적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고 각급조직에 대한 정치적 지도를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서 드러나듯 당위적 요구에 따른 형식적 조직 건설이 아니라 전국 단일연대조직의 분명한 정치.조직적 지도와 그에 대한 복무력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농민운동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3) 농민운동 간부들의 정치사상적 수준을 비상히 높여야 한다.

농민운동 간부들은 강고한 단일연대연합체의 실질적인 지도집행력을 담보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는 누구보다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관계로 각급조직의 지도간부들에 대한 정치적 능력을 높여내기 위한 다양한 조직적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00지역 정치간부학교와 평택투쟁 공동실천단 구성 등은 농민운동 간부들의 정치적 수준을 높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농민운동조직 자체의 학습과 논의도 중요하지만 지역연대체 및 민주노동당과의 유기적 관계에서 정치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배치하고 이에 대한 농민운동의 조직적 복무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단일연대연합체는 이제 더이상 주저할 수 없는 농민운동의 정치적 활로이다.
개방농정의 파고로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분명한 정치적 방침과 그에 따른 집권 구상에서 부터 가능할 것이다.
시군청 앞 1000만 석 야적 투쟁도 30만 농민대항쟁도 정치적 진로에 대한 분명한 방침이 없다면 또다시 대중투쟁의 성과를 일부 기성정치꾼들에게 헌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농민들은 깊은 패배감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200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