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어야 철도사고도 막습니다"
'아름다운 철도인' 김행균의 철도 이야기
    백남희(wkrm108) 기자    




▲ 김행균씨  

ⓒ 백남희

지난 2003년 7월 25일,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위험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을 두 발목을 잃은 김행균씨.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실에서 김씨의 살신성인은 만인의 귀감이 되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지난 1월 말 김행균(45)씨를 만나 최근의 근황과 들려주고 싶은 철도에 대한 여러 얘기를 나눴다. 김씨는 철도공사로부터 '아름다운 철도인'으로 선정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활동과 직장 생활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김씨는 사고 이후 근무지를 서울지역사무소 물류통제사로 옮겨 화물운송을 총괄하고 있었다. 먼저 최근 철도직원들의 관심사에 대해 물었다. 김씨는 '공사측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모든 직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김씨가 일하고 있는 '물류관계사도 통폐합되어 대전으로 이전하는데 대전으로 이사 갈 형편도 아니어서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은 나은 편…' 이라고 말하는 김씨.

김행균씨는 "구조조정이 필요하긴 한데… 너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건 문제"라며 "사장이하 모든 직원이 불안해 한다"란 말로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각을 전했다.

또 "아들이 2명 있는데 대학졸업 때까진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씨의 말처럼 최근 철도공사는 자구노력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안전필수 인력과 철도핵심사업 등이 포함되면서 철도노조의 심한 저항에 직면한 상태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떠올리기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사고당시의 상황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김행균씨는 의외로 담담하게 당시를 회고했다.

"새마을 장대열차였는데…" 새마을호나 고속열차는 거의 소음이 없단다. 잠깐 딴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휭 바람을 일으키고 지나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이 두 열차는 속력에 비해 소음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날도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보고 있는데 꼬마가 이상하더라고요. 선로로 얼굴을 내밀고 장난치는데… 아마 기차가 오는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아차 했지… 막 뛰었습니다. 아마 새마을 열차보다 조금 빨리 뛴 것 같아요. 꼬마를 밀어낼 생각이었는데…. 조금 늦었습니다. 꼬마를 밀치고 나도 넘어졌는데 그때 바로 새마을 열차가 발위로 지나간 것 같습니다."

김행균씨는 당시를 들려주면서 약간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냥 잊으며 살려고 한다'는 말로 당시의 충격을 간접적으로 말해주었다.

김씨는 역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사고를 목격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고압선에 감전된 동료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던 적도 있다는 김씨.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있어야 할 인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대매소, 무인역 등으로 자꾸만 정든 역이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대매소의 경우는 단순히 표만 팔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대처에 취약합니다"고 말하는 김씨. 이럴 경우 시민들은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십상이다.

사고 후 김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철도 직원들의 처지에 대해 말한다고 한다. 한 달에 10~20명씩 근무 중 사망하는 것에서부터 군대보다 못한 근무여건 등에 이르기까지 김씨는 자신이 몸담아온 철도의 현실을 전하고 있었다.

김씨는 전국 철도를 다 다녀봤을 정도로 철도마니아다. 철도는 어디나 자신만의 특색을 간직하고 있어 큰 장점이라 말하는 김씨. 그러나 하나하나 사라지는 철길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로위주의 교통정책'이었다며 '이제는 친환경적이고 정시성이 높으며 대량수송이 가능한 철도교통에 주목할 때'라고 말한다.

"요즘은 정치인들도 철도의 소중함을 많이 인식하고 있는 듯해요. 전국 구석구석이 도로로 꽉 차 있습니다. 이젠 미래교통망으로 부각되고 있는 철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동서를 가로지르는 철길이 생긴다면 국가차원에서도 큰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김행균씨 부모님 고향은 평안도 순천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김씨는 통일이 되어 철도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면 그 곳에서 철도 일을 해보고 싶단다. 또 김씨는 그 날을 기다리며 북한 철도망과 남한 철도망을 함께 펼쳐 놓고 보곤 한다고 한다.

남북철도의 연결은 중국, 만주,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철의 실크로드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또 동북아 물류기지의중심지로 한반도가 당당히 등장함을 말한다.

1시간이 넘는 만남의 시간을 마치며 김행균씨 소망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백남희 기자는 철도공사 직원으로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언론담당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09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