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중인 황덕숙 조합원의 일기에서 발췌했습니다 -

9월 8일 오후 3시 본관 노동조합에서 첫 단식을 시작으로 오늘 7일차라고 한다.
내 인생에 이렇게 길고 힘든 시간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억울해서 피눈물이 앞을 가린다.
눈물이 난다.
두 언니들은 집에 애들만 남겨두고 맘이 편할 수가 없어 계속 애들과 통화하면서 사랑하는 맘을 전한다.
그 모습에 어떻게 평범한 여자를 이렇게 짓밟을 수가 있을까 싶다.
독하디 독한 사람이 아니면 결코 이 짓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천막은 수용소같다.
원청 관리자가 들락거리며 힘없이 누워 있는 우리의 모습을 전리품인양 사진까지 찍어갔고, 아예 의자들을 갖다 놓고 커피까지 끓여 마시며 밤새 우릴 놓고 구경한다.  경비들은 봉고차를 떡하니 앞에 주차해놓고 비실비실 힘없이 화장실에 갈라치면 안에서 떠들며 비웃고 구경한다.
우리는 목숨을 내걸고 단식하지만 저들에게는 우린 웃음거리다.
우리가 힘이 더 있었다면, 아니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목숨을 담보로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폐암말기로 투병중이다.
딸의 이런 모습을 아실까봐 하루하루가 조심스럽고
집에 전화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같이 있던 동지중에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는데 회사에서 전화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아 스스로 사표를 써야만 했다.
나는 내 목숨을 걸고 하는 이 싸움에서 아버지마저 잘못될까 걱정이다.
미포조선 김석진씨의 44일간의 단식이 이제야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그 사람의 피눈물같은 맘이 이제야 느껴진다.
그 사람은 어떻게 버텼을까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난 느낀다.
화장실 가기 위해서 주섬주섬 신발을 신는 내 몸에 힘이 빠진다. 우산을 들 힘조차 없어 비를 맞고 걸어가면서 한편으론 작업차량이 올라치면 작업방해 안되게 얼른 지나가야 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미안해진다.
오늘은 잘 알고 있는 생관3부 원청 관리자가 기웃거리길래 “제발 감시하지 마세요. 여자 셋이 이젠 힘이 없어 누워만 있어요. 물로 겨우겨우 버티는데 안쓰럽지도 않나요? 감시하지 마세요”라고 사정도 했다.
천막 옆을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이 처음엔 시끄럽더니 이젠 이것마저도 즐기게 되었다.
트럭의 매연으로 배를 채우고 물 한모금 한모금이 희망을 채운다.
힘내자며 옆에 있던 언니가 딸이 보낸 문자를 보여줬다.
“엄마, 내가 뭐든 잘하잖아~ 걱정하지말구 이긴다고 갔으니 꼭 이기고 돌아오세요”
만약 내가 힘없이 쓰러진다 해도, 아파한다 해도 이 천막에 눕혀주길 바란다.
복직 없이 이 천막을 떠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이젠 정말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내 동료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 천막을 떠날 수 없다.
동지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기를…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동지들아!
이제야 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 절실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