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류기혁 조합원의 자결에 대한 현자비정규노조 성명서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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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하청 인생과 노조활동 탄압이 부른 참혹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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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9월 4일) 저녁 6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맞은 편 골목에 위치한 우리노조 사무실(3층 건물) 옥상에서 류기혁 조합원이 줄에 목을 매단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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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류기혁 조합원은 2003년 8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2공장 사내협력업체 보광기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입사하여, 지난해 같은 공장 사내협력업체 부경기업으로 소속이 변경된 후 올해 6월 17일 해고를 통보받을 때까지 성실히 근무해 왔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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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류기혁 조합원은 지난해 2월 당시 우리노조 2공장 대의원대표를 만나 “월차를 쓰고 싶은 데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못쓰게 한다”며 하소연했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싸우자”는 권유를 받고 흔쾌히 노조가입원서를 작성했다. 그 후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 출퇴근 투쟁, 각종 집회 참여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지난해 9월 22일 불법파견 판정이 떨어진 직후 우리노조가 정규직화 투쟁에 돌입하자, 더욱 열심히 투쟁에 참가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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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과정에서 류기혁 조합원은 사측 관리자와의 마찰이 심해졌다. 노조에 가입한 순간부터 “너는 노조에 이용만 당한다”, “노조가 너를 끝까지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냐”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고, 보광기업에서 부경기업으로 소속이 바뀌는 과정 또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조합원을 축출하려는 해당 업체 관리자의 명백히 의도적이고 일방적인 전환배치였고 노조활동 탄압이었다. 당시 류기혁 조합원은 2공장 21라인 16반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보광기업 소장이 15반으로의 배치전환을 강요해 본인은 완강히 거부했으나 집요한 압박에 시달린 끝에 15반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으며, 15반에서 근무하던 보광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경기업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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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 지난해 9월 22일부터 우리노조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에 돌입하면서, 출·퇴근투쟁과 크고 작은 집회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는데, 류기혁 조합원은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다. 노동조합 일정에 충실히 참여하기 위해 잔업·특근 등의 연장근로를 못하게 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해당업체 관리자들과 잦은 다툼이 일어났다. “넌 간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자주 빠지냐”, “사람 없어서 절대 못나간다”는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8시간 노동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관리자의 횡포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관리자들은 “기혁이 때문에 너희가 더 힘들다”며 동료들로부터 왕따까지 조장하기도 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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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극심한 관리자의 횡포와 괄시, 이로 인한 이른바 왕따에 극심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던 류기혁 조합원은 지난 6월 초 “회사 가기가 너무 싫다”는 말을 반복했고, 결국 연이은 결근으로 이어졌다. 눈엣가시였던 류기혁 조합원이 잇따라 결근하자 사측은 호재를 만난 듯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류기혁 조합원을 괄시하고 왕따시키던 관리자들로만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6월 17일 해고를 통보했다. 재심신청서에서 징계위원회의 부당성을 충분히 알리고 엄중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해고시키기로 작정했던 사측 관리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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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류기혁 조합원은 해고를 통보받고 매우 괴로워했으며, 심리적 불안과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직접적인 해고사유는 근태지만, 내용적으로는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었으므로 현대자동차에서 다시 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류기혁 조합원은 고향 영덕에 홀어머니와 남동생을 두고 객지에 나와 돈을 벌어왔는데,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혼자뿐이어서 해고사실을 홀어머니께 차마 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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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무나 심각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며 불안에 떠는 탓에, 우리노조는 류기혁 조합원이 해고된 이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지내게 하며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기도 했고, 마음이 안정되면 함께 복직투쟁을 하자며 달래기도 했지만, 류기혁 조합원의 고통스런 마음을 치유할 수는 없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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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우리노조는 결국 노조활동조차 본인의 의사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처참한 하청 신세와 노조탄압이 류기혁 조합원에게 죽음을 강요한 것이라 판단한다.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화를 실시하라는 정당하고 절박한 호소에도, 판정 내린 당사자인 노동부도 외면하고 현대자동차(주)는 극악무도한 탄압만 일삼으며 불법행위를 계속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류기혁 조합원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결뿐이었다. 따라서 류기혁 조합원의 한과 설움을 깨끗이 씻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을 완전 철폐하는 투쟁의 단초인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 투쟁을 더욱 거세게 전개해 갈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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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노무현 정권과 현대자본은 똑똑히 듣길 바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억울하고 처참한 죽음과 눈물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정당한 요구가 왜 관리자들의 눈 밖에 나는 짓이 되어야 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까지 왕따 당하는 신세를 자초하는 것으로 둔갑해야 하는가? 노조를 믿고 따랐던 순박한 노동자가 왜 해고를 당해야 하고 자결을 선택해야 하는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반드시 천배만배로 갚아줄 것이다. 끝내는 거대한 선언과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이 철폐되는 새세상으로 전진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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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4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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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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