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지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장은 아비규환의 생지옥!

현대자본의 성폭력, 집단폭행, 납치·감금, 감시·사찰, 파업파괴, 사업장 복귀 방해를 규탄하는
현자비정규노조 성명서


지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장은 아비규환의 생지옥!



1. 현대자본의 폭력테러, 인권유린, 노조파괴 책동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이른바 현대자동차 2·3차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소박한 처우개선 요구를, 현대자본은 작업장 원천봉쇄와 납치, 성폭력을 서슴지 않는 폭력테러로 짓밟았다. 이러한 천인공노할 탄압에 맞서 싸우는 아주머니들과 나이 어린 노동자들에게 전원 해고를 협박하고 있고 작업 복귀조차도 가로막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망동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쌍용 사무국장은 수백 명의 현대자동차(주) 관리자들에 의해 납치되어 경찰서로 넘겨지기까지 했다.

2. 현대자동차(주) 2·3차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최근 5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어온 각종 성과급 지급 및 후생복지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2003년과 2004년 일부 2·3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인해 부분적인 성과를 따내기도 했으나, 여전히 이·삼중의 계약에 따른 근본적인 차별은 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 현대자동차(주) 울산공장 2·3차 사내협력업체 신한·계림과 현대세신은 8월 초에 노동조합의 주관 아래 처우개선의 내용이 담긴 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하고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원청이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 둥 대표자의 자격이 없다는 둥 법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전혀 타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신한·계림은 조정신청을 거쳐 지난 8월 23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으며, 현대세신은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4. 8월 24일 밤 9시, 우리노조 신한·계림 김태윤 대의원은 한 선거구 조합원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원청 관리자들 1백여 명이 3공장 신한·계림, 현대세신 작업장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밤 11시에 신한·계림과 현대세신 노동자들은 자체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4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태윤 대의원은 곧바로 달려갔고 작업장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작업장을 포위하고 있던 원청 관리자들은 어떠한 명분도 없이 대의원의 진입을 차단했다. 극악무도한 원청 관리자들의 집단폭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선거구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겠다며 작업장 진입 허용을 주장하는 김태윤 대의원과 함께 달려간 4공장 조합원들,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신한과 현대세신 노동자들에게 원청 관리자들은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집단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5. 원청 관리자들은 아주머니들에게 성폭력까지 자행했다. 현대세신 아주머니들이 출입 봉쇄에 항의하며, 대의원을 대동하고 앞장서서 원청 관리자 벽을 뚫고 작업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원청 관리자들은 “옷 좀 벗어보지 그래, 구경 좀 하게”라고 키득 거리면서, 가슴을 손으로 건드리고 심지어 치기까지 했다. 이에 격분한 4공장 조합원이 “성희롱 하지마라”고 하자 또다시 주먹이 날아들었다.

6. 원청 관리자들은 밖으로 나와서 김태윤 대의원을 데리고 들어가려던 신한·계림과 현대세신 노동자들까지 막아섰다. 예정돼 있던 간담회를 갖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작업하지 않으려면 나가라”는 황당한 말을 하며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우리 작업장으로 들어가겠다는데, 왜 막느냐. 비켜라”고 외치자, 그들은 또다시 주먹으로 답했다. 또한 “김형기(조직쟁의팀장, 신한 해고자), 김태윤을 잡아! 스타렉스에 실어!”라고 외치면서 두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달려들었다. 김태윤 대의원이 건너편 의장부로 밀려나다 넘어지자 구둣발로 무참히 짓밟으며 납치를 기도했으나, 현대세신 아주머니들이 온 몸을 던져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윤 대의원은 집단 테러에 정신을 잃어 병원으로 응급후송 되고야 말았다.

7. 신한·계림, 현대세신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달려왔던 이용훈 소위원은, 원청 관리자 5명에 의해 검은색 승용차에 납치되어 달리는 차량 안에서 폭행을 당하다가 속도가 떨어진 틈을 타 차문을 열고 탈출하기도 했다.

8. 작업을 해야 할 노동자들의 출입까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막아서는 원청 관리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고 있던 신한·계림의 파업 선언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현대세신 또한 원청 관리자들에 의해 작업을 할 수 없게 돼버린, 파업 아닌 파업 상태에 들어갔다.

9. 25일 새벽 2시경, 현대세신과 신한·계림에서 각각 교섭 자리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사측은 타결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 “성과급 요구는 답할 수 없다”, “면책합의 해 줄 수 없다”는 등 핵심적인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사측은 사실상 결렬을 유도했다. 새벽 5시 경, 마침내 원청 관리자들은 작업장 내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던 신한·계림과 현대세신 조합원 70여명을 2백여 명의 관리자를 동원해 여지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작업장 밖으로 끌어냈다. 새벽 6시 경에는 밤새 퍼붓는 비를 맞으며 원청 관리자들과 싸우던 노동자들이 잠시 쉬기 위해 의장부 내 휴게실로 이동하는데, 이마저도 가로막고 폭력을 행사하며 작업장 바깥으로 무조건 몰아냈다. 건물 내로의 진입을 철저히 봉쇄해 식당에서의 식사조차 할 수 없었다.

10. 무법천지, 아비규환의 생지옥이었던 당시 현장에서는 우리노조 안기호 위원장, 현자노조 강병태 소위원에 이어 또 한 번의 납치·연행 활극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파업대오가 휴게실로 이동을 시도하고 원청 관리자들이 이를 뒤쫓는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노조 서쌍용 사무국장이 파업대오와 떨어지자 이틈을 노려 떼거지로 달려들더니 스타렉스 차량에 납치해 달아났다. 전날 기습적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확인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고소·고발 사실도, 경찰서의 출두 요구도 없던 상태에서의의 체포영장 발부를 일선 파출소보다 현대자동차(주)가 먼저 알고 납치·연행을 감행한 것이다.

11. 파업 돌입 이후 신한·계림과 현대세신 작업장은 지금까지 감옥을 방불케 하는 원하청 관리자들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 아래 놓여 있는 상태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작업할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일을 시키지 않고 탈의실에 감금시킨 후 각서 및 자술서를 요구하고 있다. “자술서 안쓰고 탈의장 나가면 무단이탈 처리 하겠다”, “자술서를 보고 복귀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 “자술서를 쓰지 않으면 해고 하겠다”는 등 인간 이하 상식 이하의 협박을 하고 있다. 아주머니들 화장실 가는데 까지 따라와서는 “노동조합에 전화 했냐?”, “아직도 정신 못차렸냐”며 윽박지른다. 작업장 안에서 “아줌마들 인생 망쳤네”라며 조소와 야유를 보냈다.

12. 우리는 신한·계림과 현대세신에서 자행되고 있는 원청 관리자들의 탄압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음은 물론이지만, 법 논리상으로도 그들 스스로의 논리와 근거를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대사기극을 벌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현대자동차(주)는 각종 가처분신청을 할 때에는 “하청근로자들은 당사와 아무런 근로계약관계를 맺지 않은 제3자”라는 논리를 구사하며 “제3자가 당사 땅 위에서 집회 및 시위를 벌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역으로 파업이 벌어지면 “하청근로자들의 집단행동으로 당사의 업무를 방해받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사측의 주장대로라면 도급계약이므로 손해와 업무방해가 있다면 이를 해당 하청업체에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만약 현대자동차 밖의 세종공업이나 INI스틸 등 부품업체가 파업을 해도 그로 인해 부품공급이 원활히 안되는 것을 이유로 원청 관리자들을 동원해 파업 파괴에 나설 것인가!

13. 사측의 어떠한 탄압도 수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2·3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비정규직이라 차별받고 2·3차라서 또다시 차별받는 노동자의 설움은 때리고 짓밟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잠시 물러서거나 주춤거릴지언정 오히려 더 커다란 분노로 단단하게 뭉쳐져 갈 뿐이다. 우리노조는 원하청 관리자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벌어진 성폭력, 집단폭행, 납치·감금 등의 범법 행위, 각종 부당노동행위 등을 끝까지 추적하여 진상을 밝히고 법·제도적인 모든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단결과 투쟁이다. 2·3차라는 이·삼중의 차별과 착취 구조를 없애는 투쟁을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화 쟁취 투쟁으로 연결시켜 현대자동차(주)에서 모든 차별을 끝장내는 투쟁으로 중단 없이 물러섬 없이 전진해 갈 것이다.


2005년 8월 30일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