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만난 지 근 두 달만에 처음 야디(Cahyadi)의 웃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야디가 처음 쉼터를 찾아 왔을 때부터 어제, 아니 오늘(11일) 오전까지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었고 어두웠습니다.

야디는 한국에 온 지 한 달 보름이 지났을 때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다음날 곧바로 작업을 들어가라는 사장의 지시에 '아프다'고 말했지만, 괜한 욕만 들었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일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짝 친구 우딘(Udin)은 그만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프다고 일을 못하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일을 시키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두려워졌던 야디와 우딘은 함께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나오자마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자신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일로 우딘은 극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채 지난 10월 중순 귀국했습니다.

야디와 우딘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덩치도 작고 소심한 편이어서 그런지 서로 가깝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단짝으로 지내던 우딘의 귀국으로 야디는 더 더욱 말이 없고 얼굴이 더욱 더 어두워졌습니다.

그러던 그가 단지 미소를 짓는 게 아니라, 웃기까지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올 때면 늘 친구들 뒤에서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던 그가, 이젠 노동부에 진정했던 진정건과 관련하여 거실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진정취하서에 서명을 받아오기까지 하는 등 행동이 아주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변화는 오늘 오후 수원지방고용안정센터에서 '사업장변경신청 외국인 구직등록필증'을 받은 후부터입니다. 지난 9월 4일에 처음 쉼터에 왔었으니 사업장 변경에 두 달이 넘게 걸린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은 사용주가 '외국인력고용변동신고'를 한 지 한 달이 지나면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노동사무소에 진정이 제기되어 사용주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노동부 본청의 승인을 얻어 예외적으로 근무처 변경이 가능하게 됩니다.

야디는 처음 회사를 나올 때 고용안정센터에 근무처변경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습니다. 사업주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부려 근무처변경에 동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측은 잔업 등의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내역이 불분명한 부당한 공제액이 너무 많아 외국인들이 급여내역서 제공을 요구했지만 제공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상의 3식 제공도 어겼습니다.

이러한 명백한 사안에도 고용안정센터는 사법권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업주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단지 한다는 말이 지방노동사무소를 통해 진정을 제기하여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야디와 친구들의 문제는 노동사무소로 갔고, 노동사무소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던 것입니다. 야디와 친구들은 그동안 불법체류자가 되어 강제출국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그중 마음이 약한 야디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습니다.

이제 그 문제가 해결되자 웃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퇴사 전 한 달치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받겠다고 하지만, 야디는 그 부분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는 듯합니다.

단지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힘이 나고 신이 나나 봅니다. 친구들에 의하면, 야디는 '사업장변경신청 외국인 구직 등록필증'을 받아든 순간 한없이 울었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다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웃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의 웃음소리는 마치 뱃속에서 낳은 아이가 웃는 듯 정겹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