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강제 추방에 대한 인권위 권고안 발표에 부쳐
- 강제추방 박살내고 노동허가제 쟁취하자!


1. 인권위 권고안 발표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6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 집회에서 가스총까지 동원된 채 자행되었던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의 폭력 침탈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진정을 받아들였다. 인권위의 입장 발표는 당연하게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흔들림없이 지속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출입국관리법령 등을 개정해 불법체류 외국인 등에 대한 강제 단속 및 연행의 권한과 요건, 절차를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특히 단속·연행·보호·긴급보호 등,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조치에 대하여는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적 감독체계를 마련할 것을 법무부 측에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러한 결정은 법무부-출입국 관리소의 인간 사냥이 자본가들만을 위한 법-제도 절차상의 정당성에 대해서마저 위배된다는 점을 여실히 폭로했다.    

2. 정권의 마녀 사냥은 멈추지 않고 있다!

비단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 집회 뿐이겠는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의 폭력 침탈과 미행, 감시 등 인권 침해 사례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포승줄과 그물총까지 동원된 합동 단속 작업과 농성 투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조합원에 대한 미행 등 공공연한 노동 탄압으로 말미암아 농성장 전 대표인 샤말타파 동지는 본국으로 이송되었으며, 이주노조 위원장 안와르 동지는 지금까지도 청주 보호소에 수감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농성 투쟁 과정 속에서 수많은 동지들이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에게 얼굴이 짓뭉개지고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면서 보호소로 이송되는 일들이 줄을 이었다.
이주노조가 결성되고, 고용허가제 시행 1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정권의 이주노동자 탄압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최근들어 정부는 단속 추방과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강화함으로써 고용허가제가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한치로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들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에게는 노동 3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이주노조 설립 신청을 거부하는가 하면, 이주노조 조합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침탈을 시도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실정이다.      

3. 인권위 권고안의 한계점과 우리의 과제

이번 인권위의 권고 사항은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대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충분 하므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단속 추방 과정 상 법-제도적 절차와 권한을 명문화함을 통해서만으로는 이주노동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저들이 법-제도 상의 절차적 정당성을 폐기하면서까지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은, 결국 이주노동자들을 적은 돈에 마음껏 부릴 수 있는 고분고분한 노예로 길들이고자 하는 이주노동자 수급 정책, 더 나아가 노동유연화 전략에 기인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을 1년짜리 계약직 비자에,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보장되지 않고, 재계약 거부가 두려워 사업주의 전횡에 침묵할 수 밖에 없도록 내모는 고용허가제는 이 땅의 비정규직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다.
강제 추방의 공포 속에서도 이주노동자 동지들은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집결하고 있다. 이제,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결의에 한국 노동운동은 화답할 차례이다. 계급적 연대투쟁으로 고용허가제 박살내고 전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는 한길로 나아가자. 투쟁!

2005. 6. 9.
사회주의 정치 실현을 위한 노동해방학생연대(http://nohak.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