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분리주의인 급진적 페미니즘'을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 http://cafe.daum.net/gendersolidarity ) 제공 자료입니다.>


[논평]민노당 의원들 '소액후원금'성적과 의회만능주의가 지닌 함정
2006·03·10

보건복지부 장관인 유시민 의원이 1억9795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해 전체 모금액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화제다. 유 장관 측은 이를 "인터넷을 통한 소액 후원금 기부자가 많았던 덕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확인되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과연 얼마나 후원했으며, 이들은 정치적인 평등권에 어느정도 근접한 것일까.

기부금 문화가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돈이 몰리는 국회의원 후원금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기에 좀더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295명의 모금 총액은 352억 원 /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1900만 원(중앙선관위 '2005년도 정당·후원회 수입 지출 내용')은 일반 국민들의 순수한 후원금과 이해당사자들의 로비용 자금으로 나뉜다.

현재까지 이른바 ‘작은 손의 힘’(소액기부)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특히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의 사례가 괄목할 만 하다.

- 약진하는 소액 후원금, 여전한 위력의 ‘검은 돈’ 잠재울 수 있나

후원금 기부건수 상위 6위를 차지한 심상정 의원(민노당)의 경우, 1만원씩 자동이체로 후원금을 보내주는 시민 700여명에다 매년 10만원씩 기부하는 후원자가 17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전액 수령했을 경우 2억5천4백만원, 실제 수령한 후원금은 1억7천86만원(5825건)이니 67.3% 가 걷힌 셈이다. 이외에도 기부건수 5위의 단병호 의원(7,621건, 1억5천697만원), 8위의 노회찬 의원(3,664건, 1억6천434만원)등 대상 의원의 3%에 불과한 민노당 의원들이 후원금 기부건수 상위 10위 중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나 기업체 및 각종 단체들로부터 받는 고액 후원금 등 ‘검은 돈’은 아직도 정치권 스폰서로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9일 공개한 지난해 국회의원 고액후원금(120만원 이상) 내역에 의하면, 오는 5월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구청장, 시·군·구의원들 110여명이 153차례에 걸쳐 120만원 이상 고액기부를 했고 확인된 것만도 총 2억6600만원을 넘었다. 이들의 후원금은 누가 봐도 공천로비용이라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기존의 관례처럼 국회의원들이 속한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 있는 회사나 각종 단체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는 관행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예컨대 건설교통위원회에는 건설회사들이, 교육위원회에는 학교 재단과 학원들이, 정무·재경위원회에는 금융회사들이, 문화관광위원회에는 카지노업체나 영화제작사가,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제약회사나 의사·약사 등 관련 단체들의 후원이 줄을 섰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기업이 법인 명의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줄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기업인들은 다양한 편법을 통해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법인 명의를 피하기 위해 회장, 자영업, 회사원, 경영인, 사업, 기업인, 사장, 임원 등의 명칭을 사용했다. 기업이 직원들의 이름을 편법으로 빌려 후원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스런 경우도 있었다. 이 방식은 일반 시민들의 ‘소액기부’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며, 직원 본인들이 동의할 경우에는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

- 모든 언론들의 ‘소액 후원금’ 찬사, 그 뒤에 숨은 파시즘 징후

정치 헌금에 있어 소액 기부자의 비중은 종종 기득권자들의 정치적인 선전수단으로 전락한다. 부시 미 대통령이 대선당시 캠프가 모금한 8900만달러 가운데 3분의 1이 200달러 미만의 소액 헌금을 통해 조달됐다고 떠벌리는 것이나, 존 케리 민주당 후보측이 모금액 7200만달러 중에서도 200달러 미만의 소액 정치 헌금이 32%에 달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3분의 2가 ‘검은 돈’에 의해 정치권이 굴러가고 있다는 걸 명백하게 반증한다.

이점에서 중앙선관위 '2005년도 정당·후원회 수입 지출 내용'에서 ‘소액 후원금’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국회의원 들 특히 민노당 의원들의 약진은 약(藥)이고 동시에 마약(魔藥)이다.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민의의 구현은 합법적인 범주 내에서는 오직 의회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민노당 의원들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얻은 ‘소액 후원금’은 의회정치에 거는 국민들의 열망을 암시하지만, 공천 후원금이나 기업체들의 후원금 같은 막강한 카지노 자본의 영향력을 현저하게 과소평가하며 일약 의회 만능주의의 수호천사로 착각하게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 모든 언론들이 ‘소액 후원금’을 연일 대서특필하며 찬사를 보낸다. 그렇다고 이들의 의도는 같은 것일까. 각기 다른 의도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파시즘’같이 더 위험한 징후가 아닐까.

40억 달러라는 거액이 투입된 2004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소액 후원금’을 선전한 취지와는 달리 정책 경쟁보다 상대방 비방 광고에 온 힘을 쏟는 것으로 마감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파이낸셜타임스가 "소액 헌금자가 급증하면서 정치 자금도 풍년을 이뤘지만 극히 소수의 수중에 모두 흘러갔다"고 문제 제기한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소액 후원금’이라는 이름의 민의는 자칫 정치계의 장식용으로만 들러리서다 어느날 물거품처럼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민의는 장식용으로는 결코 구현되지 않는다. 주체, 주체가 문제다. 대한민국 국회가 정말 '민의의 전당'이 맞다면 필자의 이같은 주장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