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3.15 대의원대회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 고발 중단하라!

1. 6월 8일 중집위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가


6월 8일, 민주노총 중집위 회의에서는 3.15 대의원대회 당시 충돌 과정에서 교보생명의 조합원 2인이 부상을 당했으며, 채증된 사진을 증거로 하여 치료비 청구를 위한 고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집위는 법적 대응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사태에 대해 암묵적으로 용인하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치료비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3주의 시간이 흐르고 대대회 관련자 3인이 경찰에 의해 출두 요구서를 제출받았으며, 이후에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2. 무엇이 사태의 진정한 원인인가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는 대대회 무산 직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단상점거 투쟁을 "소동"으로 규정하면서 "지도집행력 훼손" 행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조직 민주주의 수호"의 이름으로 "폭력 행위자들"을 엄단하겠다던 이들의 논조 속에서, 사태를 낳은 근본적 원인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둘러싼 정치적 이견에 기인한 것이라는 흔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민주주의란 말인가? 노동자 민주주의는 자본과 정권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성과 조합원 내부의 상호 평등한 발언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장신구로 전락하게 된다. 대의원대회 직후 정치적 이견들을 일축하며 반대파들의 발언권을 봉쇄해 왔던 민주노총 지도부의 패권적 태도는 결국 경찰력에 의존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을 용인하는 데 이름으로써 노동자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원칙마저 탈각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3. 사회적 교섭 추진 이후 3개월의 시간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15 대의원 대회가 무산된 후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책임 하에 노사정위 복귀가 선언되었다. 과연 노사정위 참가는 "사회적 교섭"을 "투쟁을 촉발시키는 매개로써" 활용하겠다던 공언에 부합되었는가? 그후 3개월의 시간은 사태가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하게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마침내 민주노총을 합의 틀거리로 끌어당기고 기세등등해진 노무현 정권은 노사 상생의 길이 열린 것처럼 떠들어 대면서 개별 현장의 투쟁을 짓누르는 데에만 혈안이 되었다. 비정규 법안을 둘러싼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덤프연대, 건설플랜트, 하이닉스 매그나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온 몸을 내던져 투쟁에 나섰지만 언론으로부터 "대화와 타협"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폭도들 따위로 매도당한 채 고립되어 갈 따름이었다.
특히 건설플랜트 투쟁의 종결 과정은 이러한 전 사회적 열기가 얼마나 쉽게 현장의 투쟁을 압살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울산 시청-시민 사회 단체의 요구에 따라 "다자간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 지고 비로소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수십일에 걸친 투쟁의 요구안들을 관철시키기 위한 길이 열리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하루 8시간 근무,  다단계 하도급 금지 방안 마련을 위한 상호 노력 등 기존의 근기법/건설기준안전법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그쳤으며 민주노조 사수라는 핵심적인 요구안을 분명히 하는 것에 실패했다. 그에 따라 현장 복귀한 조합원들에게는 노조 탈퇴가 강요되고 채용에서 배제되는 등 극심한 탄압에 직면하고 말았다.
대화와 타협의 압력 속에서 한 순간 놓았던 긴장감으로 말미암아, 수십일에 걸친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비타협적 투쟁의 성과물들이 순식간에 무력화 되고 있는 현실인데, 하물며 비정규 법개악을 둘러싼 투쟁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국회 일정에 결박당한 채 총파업이 부분 파업으로, 전국 집중 집회가 지역 집회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을 정권과 자본은 팔짱을 낀 채조롱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기에 얼마 전, 미디어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이목희 의원은 "총파업이 뭐 임단협 싸우는 걸 모아서 총파업이라 할텐데.. 하면 하는 거지." 따위의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이다.  

4. 대화와 타협의 공세를 뚫고 비정규 법개악 저지-노조 무력화 분쇄 투쟁으로 나아가자

정권과 자본의 "대화와 타협"의 열기 속에 투쟁의 시야와 전망을 대화의 틀거리 속에 가두어 버린다면, 저들은 거스르고 눈치볼 것 하나 없이 비정규 법개악과 신 노사관계 로드맵을 관철시키려 들 것이다.  
어제로써 6월 임시국회 회기 중 비정규 법개악안이 통과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러나 저들은 몇번의 상정과 연기를 반복하면서 투쟁의 전열들을 흐뜨려 놓은 후 통째로 비정규직 확대-노조 무력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하려 할 것이다.
울산 건설플랜트 투쟁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정권-자본과의 대화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전도된 채 주저하는 순간, 지자체-시민사회 단체는 "신속한 현안 해결"이라는 이름 하에 한 목소리를 높여가며 노동자들에게 "원만한" 타협을 종용하려 들 것이다. 대의원대회 단상 점거 투쟁에 나섰던 동지들은 바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결합이 파생할 대화와 타협의 압력 앞에서 노동운동의 계급성이 훼손당할 것에 대한 정당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임했던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더이상 사회적 합의주의를 둘러싼 정치적 이견들을 압살하지 말고, 노사정위 결합 이후 지난 3개월의 시간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대의원대회 단상 점거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 고발을 당장 중단하고, 비정규 법개악-노조 무력화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2005. 6. 29.
사회주의 정치 실현을 위한 노동해방학생연대(http://nohak.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