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승리)

모두가 아는대로 우리가 현실을 살아간다는것은 대단한 노력을 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자식 부모형제 벌어먹이면서 집하나라도 건사하고 고물차라도 끌고 한두푼씩이나마 저축도 하고살려면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가능한 일이다.
자기직장에서 인정받고 조직을 건사하면서 한달에 한두푼 떨어지는거 받아서 생활을 유지하는것이란눈물겹도록 처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일요일날 수소문 끝에 어렵게 탈북자 김모씨를 만났다.
늦은 오후였지만 행색을 좋게하고 나간 나는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나가 그를 기다리고 앉아있었다.
내가 그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두가지 였다.
하나는 정말 그렇게도 배가 고파서 고향을 떠난것인지 그것이 정말 궁금하였고, 또 하나는 그렇게 떠나온 고향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나는 책속에서나 티브이가 아닌 진짜 산 증인을 만나 그것을 직접 들어 보고 싶었다.

그는 말끔히 단장하고 신식옷을 갈아입고 오긴 하였으나 어쩐지 촌스러워 보였고 어설퍼 보였다.
말문을 먼저 튼쪽은 그쪽이었다.
이미 이곳 생활 방식이나 문화습성에 어느정도 적응이 된 상태인지 몰라도 그는 낯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내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이유도 알고 있었고 미리 준비도 많이 하고 나온듯 했다.
그는 일단 자기가 나와서 생활한게 수 해 전부터이며 한국(남)에 온 것은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동안은 중국과 태국등지에서 떠돌아다니다가 작년에야 겨우 월남할수있었다고 하였다.
그동안 겪어온 고단한 삶을 다 털어놓았다. 이곳이 신기루만은 아니라는것도 알게 되었다고 하고 고향생각도 난다고도 하였다.

나는 그를 만나자고 한 것이 얼마나 경솔한 짓이었는가를 금새 까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과하였으나 그는 그럴필요는 없다고 했다.
나는 그쪽이 사람사는곳으로 알고 사는 사람이고, 그쪽은 반대의 입장에 서 있으니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지만 우리 둘의 차이점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가족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 생각을 한두가지로 간략히 말해주었다.
사람이 산다는것이 무엇인가 하는것과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것이 인간의 참된 삶의 길이라는것을.
어찌보면 두 사람이 거꾸로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자기선택을 후회해본적도 있다고 했다. 허나 너무 늦어버렸고 이제는 돌이킬수도 없게되었으니 이곳에서 적응을 하고 살고 싶다고 했다.
측은했다.
수입원은 고작해야 한달에 몇십만원이 전부라고 했고 국가에서 생활정착금으로 3천만원을 받았다고 했고 그것으로 쪼개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곧 바닥이 날것이라고 하면서 불안해했다.
한국(남)의 삶이 듣던 바 대로 화려하지만 그 화려한 삶을 영위하려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랬다고 했다.
그렇게나 힘들게 일하면서 사는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정말 한국(남) 사람들이 대단하다고도 했고 자기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은 그동안의 그의 삶이 얼마나 편한 울타리 안에서의 안락한 삶이었는가를 반증해주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버리고 그는 월남했다.
처음에는 한국(남)에 올 생각은 안했다고 했다. 중국에 가서야 한국(남)에 대해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고 어렵사리 한국(남)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측은 정작 한국(남) 사람들이라는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좋은 말을 듣고 또 건네 주었다.
사람은 좋은 집도 좋고, 좋은 차도 좋고, 옷도 좋고 다 좋지만 어떠한 생각으로 어떻게 살다 죽느냐 하는것이 더 중요하다는것을 그를 만나 직접 깨닫고 또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되 사람 사는것은 매한가지이고 급격하게 변화되는게 좋지 않다고 말해주면서 그를 달래 보내었다. 그것이 그에게 할수있는 말의 전부였다.

우리 공장에는 외국근로자가 거의 전부다.
그들중 일부는 불법으로 건너온 사람들이고 일부는 비자를 받아 취업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중 러시아 사람들과 중국사람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그들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듣는다.
러시아나 중국이 왜 붕괴하였는지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해 생생하게 산 증인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직접 그 해답을 찾고있다.
한마디로 내가 정리하자면 그들에게는 "악착같은" 면이 없다. 그리고 너무 사람들이 기계적이다.
휴식시간 종이 땡 울리면 사장님이 옆에 있거나 말거나 장갑 벗어던지고 훌쩍 나가버린다.
또 일 할때는 열심히 하지만 보이지 않을때는 태공하기 일쑤이다. 특히 자기들 끼리 있을때에는 일하면서도 잡담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호통을 치면 금새 또 시정도 잘한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너무 경직되어있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로보트 같다고나 해야할까.
구 사회주의 시절의 그들의 사회가 그들에게 강요한 체제 습성이 잘 드러난다.
개인은 조직이 시키면 하라는대로 움직이는 그저 기계부품의 일부 정도로 전락해버렸던 것이다. 창의성은 없고 제한된 틀 속에서 그저 조직의 일부이기만을 강요했던 것이다.
앞으로 그것을 개조하여 다시 만들려면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것이다.
개인이 조직의 주인으로써 능동적인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직이 개인을 그러한 존재로 만들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공부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아주 많이 배우고 또 해결책도 찾고있다.

사람이 울퉁불퉁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는것은 좋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없으니 발전이 없는것이고 성숙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 회피해버리려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발전이 없는 것이고 나이만 먹고 세살박이 어린애 같기만 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사람들이 겉으로 봐서는 도덕과 양심을 갖춘 성인군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전부 다 웃기는 얘기이다.
사람은 천가지중 999가지가 흠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 그것을 외피로 가리고 점잖은척 해봐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노력하기에 메였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봐야 잘잘못이 나오고 그래야 자꾸 발전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한번 망해봤으니 이제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을것이 아닌가. 러시아든 중국이든 이제 과거와 같은 폐습에서 벗어나서 다음번에는 좀 더 새롭고 창의적으로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 구소련의 해체와 중국의 변질이 인류에게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역사를 낙관하면서 힘있게 전진할수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2005년 7월 5일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