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학연 고대모임에서 발간하는 레드타임즈 방학 1호(6.23) 기사 중 이주 투쟁 관련 내용을 옮깁니다. 동지들, 투쟁입니다! ^^

#이주노동조합을 지켜내자!


아시아! 아시아!를 기억하는 당신


  고국을 그리워하고 가족한번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인 이주노동자. 그나마 ‘사장님’이 가족처럼 잘해줘서 외롭지 않은 이주노동자. 순진하기만 한, 그래서 더 ‘불쌍한’ 이주노동자. 우리가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명동성당을 기억해야할 당신

  하루 14시간 노동, 심지어는 연속 30~40시간 노동. 그럼에도 100만원에 못 미치는 임금. 산업연수생일 경우 30~40만원. 자신이 일할 공장을 선택할 자유가 없어 사장이 욕을 하고 발로 걷어차도 아무 말 없이 일해야 하는 현실. 위험물질에 중독이 되어도 치료도 받지 못하는 현실. 불법이라는 딱지와 강제추방의 협박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자신의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게 하는 고용허가제. 이것이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이기에 그들의 고통은 노동하는 현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이기에 그들의 삶을 억압하는 것들 또한 노동의 현장에서부터 싹을 잘라내야만 했다. 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단결하여 투쟁하기 시작했다. 강제추방저지와 고용허가제 철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를 위해 시작된 명동성당에서의 농성투쟁은 1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진행되었다. 이 투쟁은 한국 사회에 이주노동자문제를 널리 알려냈다. 사람들은 ‘불쌍한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을 주자’는 생각을 넘어,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위해 투쟁에 함께하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건설하여 한걸음 나아간 투쟁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건설이 왜 정당한지에 대해 알아보자.

불법인데 할 말 없는 것 아닌가요?

  노동자라면 국적, 인종, 성별을 불문하고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내세우는 가장 큰 핑계가 바로 ‘불법’이다. 현재 40만 이주노동자 중에 26만 명이 불법체류자이다. 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려면 산업연수생제도, 고용허가제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배우는 ‘연수생’이기에 근로기준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한 달 30~40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하루 12시간이 넘도록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아무 불만도 표할 수 없었다.
  지옥 같은 연수생 생활을 누가 견딜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도록 정해진 공장에서 도망쳐 나와 다른 공장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체류자’가 되더라도 노예와도 같은 산업연수생을 벗어나는 것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의 숫자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편법과 불법으로 운영되어온 외국 인력 제도를 바로 잡는다.”는 취지로 고용허가제를 추진한다. 위와 같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 당연하게도 연수생 제도를 없애고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법체류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비자를 발급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의 방법은 그와 정반대다. 노무현이 주장한 고용허가제의 내용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고용허가제는 극소수의 이주노동자에게만 합법적인 신분을 보장한다. 3년 미만동안 한국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며, 그것도 1년짜리 단기간 비자를 발급한다. 이주노동자들이 1986년 아시안게임 이후부터 고용되기 시작했으니 이제 20년을 넘기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3년을 넘게 일했다. 적용되는 노동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국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적용대상은 더 좁아진다. 따라서 고용허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는 자진출국하거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거나를 택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노동자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1년마다 재계약해야하는 이주노동자들로서는 아무런 불만도 표시할 수 없다. 사장이 재계약 안 하겠다고 하면 쫓겨나기 때문이다. 산업연수생제도가 말도 안 되게 악독한 제도인지라 불법체류자가 늘었는데, 고용허가제로 불법체류를 막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고용허가제 시행 1년이 지나도록 불법체류자의 숫자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당연한 결과였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강행되어왔다. 당연하게도 이주노동자들은 이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스총, 그물총, 포승줄을 동원한 인간사냥식 강제추방으로 일관했다. 왜 이렇게 고용허가제를 무지막지하게 추진하려고 하는가?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노예로 묶어두는 것이 자본가들에게는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용허가제가 보장하는 것이 고작 1년 계약직 비자라는 것을 보면 비정규직 확산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결국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싼 값에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법적인 보장을 해주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노력인 것이다.

이주노동조합을 인정할 때까지 연대하자!

  고용허가제는 사라져야할 제도이다. 더 나아가 현재의 이주노동자들의 상황 또한 투쟁을 통해서 인간다워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서울경인지역 이주노동조합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원장을 표적단속하여 납치연행하였다.
  실패한 고용허가제 1년을 맞는 지금 정부로서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든 틀어막고 싶을 것이다. 불법체류자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수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더욱 잔인한 강제추방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합법체류자도 일단 연행하고 보는 무식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이주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자본가와 정부가 좋아할 리는 없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노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 거듭났고,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노동자들도 지속적으로 연대투쟁 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다.
  혹자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는 경쟁관계라고 말한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옴으로써 한국노동자의 임금이 더 낮아졌고, 일자리도 빼앗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초저임금으로 고용하여 한국노동자와 경쟁시키는 자들은 바로 자본가들이다. 언제나 실업자층을 남겨두고 노동자들 간 경쟁을 유도하여 임금을 낮추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 체제다. 진짜 이유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한국노동자 고용불안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갈라놓듯이 국적으로 노동자를 갈라놓아 단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민족이 아닌 노동자로 하나 되어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주노동자투쟁에 함께 하면서 한국노동자들이 연대할 것을 호소해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