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늘리는 '고용허가제'>

[연합뉴스 2006-08-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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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주년 고용허가제, 개선 시급

(의정부=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국내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17일로 시행 2주년을 맞지만 정작 제도의 수혜자가 되야 할 외국인 근로자와 고용주들은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고용허가 인원 제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 등의 독소조항으로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오히려 불법체류자가 늘고 있다"고 성토했다.

◇ 고용허가 인원 제한

지난달 초 경기도 포천시 한 중소의류업체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47명이 적발됐다.

이들 중 43명이 강제 출국 조치됐고 업주는 벌금 3천여만원과 영업정지 처분 외에 징역형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내국인 50명 이하 근로 사업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최대 10명으로 고용이 제한됐기 때문에 이 업체의 경우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은 10명에 불과하다.

업주 김모(49)씨는 "높은 임금을 주고도 내국인은 구하기 어렵고 외국인 10명으로는 사업장 운영이 안되기 때문에 언젠가 단속될 줄 알면서도 불법고용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된 바에 사업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사업체를 이전할 것을 검토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는 이른바 3D업종의 경우 '내국인 10명 이내 사업장은 외국인 5명 이내, 내국인 50명 이내는 외국인 10명 이내'인 고용인원제한규정을 지키지 못해 단속과 불법고용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 고용지원 업무를 7년째 하고 있는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의 필요인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인원수 제한을 두는 제도는 업계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이미 우리 산업구조상 외국인들이 없으면 운영이 되지 않는 업체가 많다"며 제도상 모순을 인정했다.

◇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이동 제한

올해 초 태국인 7명을 고용했던 경기도 양주시의 한 식품업체는 근로자들이 아무런 말없이 사업장을 떠난 뒤 법무부로부터 관리 소홀 책임에 대해 징계 조치를 받았다.

3년간 머물 숙소까지 제공하며 데려온 근로자들이 사업장을 이탈하는 바람에 관리 책임을 물어 외국인 고용 1년 제한이라는 징계를 받게됐다.

업체 관계자는 "소리없이 사라지는 근로자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는 외국인 고용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들이 사업장을 무단 이탈하는 경우가 잦아져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고용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들이 외국인 고용을 포기하거나 근로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역시 일자리를 잃거나 학대 등 인권 유린을 당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3년 동안 사업체의 폐.휴업, 고용주의 폭행 등 극히 제한적인 사유가 아니면 사업장을 옮길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입증이 잘 되지 않아 사업장 이동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때문에 더 나은 직장을 찾아가려는 외국인들은 불법체류 신분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 있고 업주들은 떠난 외국인들로 인한 피해를 뒤집어쓰고 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현모(39) 사무처장은 "사업장 이동 제한은 고용허가제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며 "이 제도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불법체류자가 양산되고 업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증가추세 불법체류자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외국인 중 불법체류자는 2003년 6만8천640명, 2004년 8만5천935명, 2005년 10만1천82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의 불법체류 비율도 2003년 16%, 2004년 18%, 2005년 21%로 증가 추세에 있는 등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불법체류자 수와 비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도를 엄격히 따르다 보면 불법체류자와 이들을 고용하는 불법고용이 계속 늘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다 못한 노동부와 법무부의 실무진들이 1년 고용제한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편법으로 외국인 고용을 묵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대책회의 관계자는 "3년 단기순환이 종료돼 내년 자진출국해야 하는 외국인들이 불법체류로 돌아서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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