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죽어서도 서러움
병원·장례비 없어 영안실 방치 고국 가족과 연락 안되기도
강련경 vovo@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0-11-10 07:00:00

 지난해 12월 한 외국인 노동자 A(42·아프리카) 씨가 사망했다. 일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뒤 숨졌다. 하지만 그는 숨진 지 두 달이 넘도록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다. 병원비와 장례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의 시신은 차가운 병원 영안실에서 장기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르긴 했지만 산재보상은 받지 못했다.

 봉준태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선교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병원에서는 도저히 장례를 치를 엄두가 나지 않지 않는다”며 “장례 비용이 없어 장례식장을 찾을 때마다 통사정하기 일쑤로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도 순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보통 우리나라 장례의 경우 3~5일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고국 친·인척들에게 연락해 시신을 받겠다는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산재 처리나 사업주와의 다툼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장례식장 안치실 냉장고에서 보름 이상 길게는 몇 달을 머물러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단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나 보호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만4419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에는 3967명, 2008년에는 5221명, 2009년 5231명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이 중 3년간 산업재해로 인한 외국인노동자 사망자 수는 305명이다. 2007년 87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8년과 2009년 각각 117명, 101명이 사망했다. 반면, 이들에 대한 보장이나 지원제도 마련은 전무한 상태다.

 장우철 광주 다문화지원네트워크협의회장은 “국적을 떠나 망자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해줘야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예우는 없다”며 “특히 미등록 외국인은 죽음조차 불법이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수는 55만 명으로 경제활동 인구의 2.2%를 차지하며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어렵고 힘든 일에 종사하며 산업재해와 질병, 사고 등으로 사망하기도 한다”며 “이제는 어엿한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한 외국인 노동자의 사회 보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