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가정부로 일하다 입술잘린 인니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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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충격적인 사진으로 인도네시아에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입술이 잘리고 얼굴에 구타당한 흔적이 역력한 채 멍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이 사진의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정부로 취업했던 인도네시아 여성 수미아티(23)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은 24일 수미아티 등 해외취업 인도네시아 여성이 겪고 있는 비참한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수미아티는 지난 7월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을 도울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했다. 4개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인도네시아 해외취업 여성이 겪는 학대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그녀를 고용한 사우디인은 가위로 입술을 잘라내고 뜨겁게 달군 다리미로 등을 지지는가 하면 가운뎃손가락을 분질러버리고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다리를 두들겨 팬 혐의로 현재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수미아티는 3주 전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다. 당시 그녀는 참혹한 상처말고도 영양실조 증상이 있었고 과다출혈 상태였으며 거의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녀는 고용주의 아내와 딸이 구타를 일삼았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자 권익옹호 단체의 와히우 수실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며 "그들이 겪는 노예같은 생활, 구타, 성적 학대,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사례를 만날 듣지만 정부는 귀를 막고 있다. 왜? 그들이 해마다 75억 달러를 벌어들이니까"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여성들이 중동지역의 서비스업종에 대거 진출하면서 최근 쿠웨이트인이 스리랑카 출신 가정부의 몸에 못 14개를 박는 것 같은 학대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수미아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해마다 650만 명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으나 정부의 반복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주노동자 보호 유엔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고용주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기초가 되는 쌍무협약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인력송출부 장관 고문인 운 쿠미아푸트라는 23일 '이 문제는 정부의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송출업체이 안전도 담보하지 않은 채 청년남자와 여성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수미아티 건을 계기로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내각 회의를 소집,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해 보도록 지시했다.

이런 와중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말았다. 사우디에서 역시 가정부로 일했던 인니여성 키킴 코말라사리(36)가 구타당한 끝에 사망했고 그 시신이 지난 11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외교관들로 조사팀을 꾸려 파견했다.

일부 의원은 사우디에 인력파견을 당분간 금지하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지만 무슬림 형제국 간의 밀접한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고려할 때 성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유도요노 대통령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모든 파견 근로자에게 휴대전화를 지급, 도움이 필요하면 가족이나 관계당국에 연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당장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이 얼마나 실상을 잘 모르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고용주들이 감금하고 여권도 빼앗아버리는 판인데 휴대전화를 갖게 하겠는가"고 한심해했다.

수미아티 가족과 친구들은 얼마 전 고향 어촌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미아티가 지난 7월 18일 사우디로 떠날 때 꿈에 부풀어있었다고 말했다. 세 동생 학비를 벌 수 있게 돼 기뻐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 딸의 모습을 본 가족들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특히 어머니는 울부짖다가 혼절했다고 한 친척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