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9월 3일] 이주아동 교육소외 해소를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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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주아동 교육소외 해소를

8월의 폭염에 밤잠을 설쳐 늦잠을 자던 아이들도 9월이면 아침 일찍 학교로 간다.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과 선생님은 새 학기 새 희망을 다시 펼친다. 그런데 활짝 열린 교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이 바로 그렇다. 이들은 비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등록된 결혼이민가정의 자녀들과 구분된다.

불법체류자가 된 2만여 명

법무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분류하고 그 부모를 단속한다.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지원법과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법은 서비스 수급자격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배제한다. 부모를 따라 이주해 온 아이들은 원주민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소외를 느끼면서도 ‘나는 합법’, ‘너는 불법’이라며 서로를 다시 구분하고 등급을 매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곱 살 소녀는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두 살 동생을 돌보며 하루 종일 컨테이너 집안에서만 갇혀 산다. 불법체류자인 필리핀 부모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불법’이 된 아이의 소원은 집 밖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고 공부하는 것이다. 한편 부모가 강제 추방돼 한국에 남겨진 몽골 소년은 혼자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좋아하던 학교도 그만두고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한다. 대학 입학은커녕 취업도 미래도 꿈꿀 수 없다. 이들은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지만, 영원한 이방인이다. 생명이 위독하여 달려간 병원 응급실에서도 체류신분을 따진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전문기술직 종사자를 제외한 생산기능직 종사자, 산업연수생, 연수취업자는 가족을 동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떨어져 있는 자녀가 그립고, 더 이상 양육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브로커에 의뢰해서라도 자녀를 입국시킨다. 또한 한국에서 가족을 형성해 자녀를 낳기도 한다.

이처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불법체류자가 된 18세 미만 아동은 2만여명으로 추계된다. 이들은 G20회의를 앞두고 강화된 집중단속 때문에 집 밖 출입조차 못한 채 숨어 지내며 학교 교육은커녕 의료서비스와 생존권조차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국적에 상관없이 부모와 함께 살 권리가 있고, 의료는 물론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국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9조가 개정되어 거주사실 확인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이주아동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최종 결정자는 교장선생님이다. 더구나 출입국관리법 제84조는 교사 등 공무원이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관계당국에 통보토록 되어 있다. 단속과 지원이라는 이중잣대는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입학을 허락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벌칙규정이 마련되고 체류자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미등록 이주아동의 초등학교 입학 허용 절차를 중학교에도 준용토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어도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법과 현실이 다른 학교 입학

이주아동의 인권보장은 20년 전부터 비숙련 저임금 노동력의 공백을 메워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기본 도리이자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국가의 의무이며, 저출산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이주아동들은 부모의 국가와 자신을 키워준 한국 간 관계를 강화하고 네트워크와 사회통합을 확장할 수 있다. 그 역량은 이주아동이 누리는 교육의 기회와 내용에 비례한다.

정부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들을 위한 학교 진입, 교육실태 조사, 이중언어교육, 상급학교 진학, 대안학교 설립, 진로지도, 부모교육 등을 논의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