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6년>③ 전문가 의견
亞인권포럼에 참석한 인권전문가와 각 정부 관계자들(자료사진)
亞인권포럼에 참석한 인권전문가와 각 정부 관계자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지난 2월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인권포럼에는 외교통상부와 법무부, 노동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와 함께 필리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국내 외국 근로자 다수를 송출하는 아시아 국가의 외교관들도 참석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신장'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석우 (사)아시아 인권센터 고문(전 통일부 차관), 무다설 이크발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노무관, 손성길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사무관, 황필규 변호사(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duckhwa@yna.co.kr

송출비 절감하고 인권문제 부분 해결엔 공감
시민단체 "취업업종 제한.사업장 변경 금지는 문제점"
고용노동부 "정책목적상 일정 부분 제한은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양태삼.구정모 기자 = 시민.인권 단체 전문가들은 시행한 지 만 6년이 된 고용허가제에서 개선 또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산업연수생 제도 때 나타났던 송출 비리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문제 등은 일정부분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민간이 대행했던 외국인력 도입 업무를 정부가 맡음으로써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으로 오기 위해 본국에서 지불해야 했던 각종 비용인 이른바 '송출비'가 대폭 낮아졌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또 산업연수생제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연수생'이라는 신분 제약으로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을 보장받지 못했으나 고용허가제에선 외국인 노동자도 내국인과 똑같게 노동관계법령을 적용받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사무처장은 "본국에서 써야 하는 송출비가 많아질수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를 갚기 위해 한국에 장기 체류하게 되고 그에 따라 미등록(불법) 체류도 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연수생 시절 1천만원이 넘던 송출비가 고용허가제 도입 후에는 3분1 수준인 300만원 가량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송출비, 임금 수준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ILO)조차도 우리나라에서 일하기 위해 드는 송출비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인 만큼 본받을 점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임금 역시 내국인과 거의 차별이 없다는 점을 한국의 고용허가제의 장점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사용주 편의를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칭에서 나타나듯 사용주가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정부가 '허가'하는 제도라는 것.

   시민 단체들은 고용허가제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꼽는다.

   내국인의 고용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현행 관련 법령은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휴업, 폐업, 그밖에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고 인정될 경우'로 한정해 특별한 상황에서만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횟수도 원칙적으로 3회, 최대 4회로 한정한다.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주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하고, 변경 허용 규정도 모호한 탓에 일선 담당 공무원의 행정이 혼선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문취업 중국동포에 대해선 사업장 변경에 사실상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외국인 근로자만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고용 정책 측면에서도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인권 단체들은 사업장 변경 제한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원칙적으로 이 제한 자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사업장 변경 허용 규정 구체화 ▲변경 횟수 제한 철폐 ▲구직기간 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면 노동시장이 교란되고 자국민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선 외국인력 도입이 오히려 일자리 증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우리와 비슷한 외국인 인력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 중 횟수에 제한하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비전문인력의 단기순환 방식인 고용허가제의 한계점이 노출돼 외국인력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외노협 이영 사무처장은 "취업기간이 3년에서 '3 플러스 3년', `3 플러스 2년'으로 잇따라 바뀐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단기순환 제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주 노동자가 유입된 이상 단기순환정책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이민정책의 틀에서 숙련 인력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시민단체가 도입을 주장하는 '노동허가제'는 고용허가제 도입 때 이미 논란을 거쳤던 사안이며,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이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려면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업종과 작업장 변경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취업 업종과 작업장 변경 제한을 풀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몰려 내국인과 일자리 경쟁을 벌이게 된다"며 "작업장에서의 차별을 줄이고 인권을 보장하도록 고용허가제를 보완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 남북통일 등 변수를 염두에 둔다면 노동허가제 도입은 고려할 상황이 못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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