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여수 외국인 화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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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2010년 01월 13일 (수) 18:03:04 허은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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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껴안아 주고 싶었다.” 지난 7일 독일 연방대법원이 데사우 경찰서 화재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관 두 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새로 재판을 시작한다고 결정하자 독일의 한 인권활동가는 이렇게 말하며 기뻐했다. 정확히 5년 만에, ‘독일판 여수 외국인 화재 사건’은 다시 진상이 밝혀질 기회를 얻었다.

2005년 1월7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데사우 시 경찰서에 불이 났다. 이 불로 유치장에 수감 중이던 23살난 흑인 청년이 불길에 휩싸여 숨졌다. 그의 이름은 오리 잘로우(Oury Jalloh). 화재가 나기 4시간 전 술에 취해 성추행을 한 혐의로 체포돼 유치장에 갇혀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독일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spiegel
화재로 사망한 오리 잘로우를 추모하는 시민들.
한국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사건과 판박이

이 사건은 3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화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2월11일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보호수감 중이던 조선족 김아무개씨가 라이터로 불을 질러 큰 화재가 났다. 함께 수감 중이던 외국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건 이후 관련 공무원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 대법원은 화재경보기 작동 점검 등을 소홀히 하고 소파에서 잠을 자는 등 감시업무를 소홀히 해 방화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화재 발생 후에도 피해자를 신속하게 대피시키지 못한 담당 공무원들의 과실을 인정했다. 

단속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강제퇴거되기 전에 수용되는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이 화재는 한국 사회에 이주민 인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한국과 달리, 독일 주법원은 경찰의 감시 소홀 업무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연방대법원이 주법원 판결을 취소시키면서 5년 전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오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밝혀질 수 있을까

데사우 화재 사건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 수사의 초점은 술에 취한 채 손발이 묶여 있던 오리가 스스로 불을 질렀는지에 맞춰졌다. 그의 주검에서 라이터가 발견된 것이다. 바로 구조되었으면 살 수 있었다는 전문가의 현장조사 결과도 나왔다. 사건 발생 당시 오리가 경찰들에게 ‘화재경보기가 울린다’고 알렸음에도 불구, 경찰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평소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았다’고 항변했다.  

‘불에 타죽은 흑인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이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황상 그가 “살려달라”고 외쳤을 것이  분명한데도 이를 무시한 것은 다름 아닌 ‘인종차별‘과 ’인권 의식 부재‘라는 것. 오리의 친구들 중 일부는 ’그가 인종차별주의자 경찰이 지른 불에 희생됐다’라는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재조사로 인해 경찰 조직이 져야 할 부담을 피하는 것보다, 진상 규명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