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 오는데…" 중소기업 체불임금 사상 최대

<8뉴스>

<앵커>

경영난 속에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체불 임금 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세라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김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풍력발전기 회사에 다니는 이병훈씨는 최근 회사를 상대로 노동부에 밀린 임금을 2천만 원을 달라는 진정을 냈습니다.

[이병훈/회사원 : 일단 당장 수중에 돈이 없다보니까 부모님 선물 드려야 되는 부분도 있고, 암담하죠.]

전체 10여 명의 직원들 가운데 이 씨보다 사정이 더 안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임금체불 근로자 : (못 받은 돈이) 전 1억 원이 넘어요. 여기 있는 직원들도 지난해 10월부터 월급을 못 받았어요.]

경영이 어려워 월급을 못주는 사장도 속이 탑니다.

건설 자재업체 사장 김 모씨는, 요즘 직원들 얼굴 보기도 부끄럽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 사장 : 직원들 아침에 얼굴 보기가 두렵고 민망하고 정말 양심에 꺼리끼고, 정말 너무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저는 차에 농약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최근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장이 문을 닫고 잠적해버려 직원 10여 명이 억 대의 임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습니다.

임금체불 사업장의 대부분은 여전히 불황의 그늘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한 영세 중소기업들입니다.

열 곳 가운데 네곳은 근로자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입니다.

이렇게 영세 사업장들이 고전하면서  체불 임금 규모는 사상 최고인 1조 3천4백 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근로자 한 사람당 446만 4천 원씩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사정이 더욱 어렵습니다.

[라피씨/방글라데시인 : 외국인이니까 월급을 안줘도 우리가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법적으로 우리가 걸리는게 조금 있으니까. 불법체류자니까. 사장님 월급 주세요.]

정부는 설연휴 전까지 체불 임금을 청산하도록 집중 지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영 악화로 체임 근로자들의 시름은 좀처럼 가시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