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원중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오닉     ©남양주뉴스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출입국 관리소의 단속을 피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늦게나마 현장으로 달려갔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마석 성생공단(경기도 남양주시)에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도착한 것은 4월 16일 오전 8시 30분경이라고 한다.  

단속 장면을 지켜본 공장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자면, 사전 고지도 없이 무단히 들어가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를 피하던 오닉(30, 방글라데시)은 3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다리 네 군데가 골절되고, 허리를 심하게 다치는 중상을 당했으며, 옥상으로 피했던 빕뿔룹 (28,방글라데시)은 단속과정에서 심한 부상을 당하여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현재 마석 시내에 소재한 W병원에 입원 중이다.


▲ 집회장에서의 이정호 신부     ©이주노동자 제공  

남양주 외국인 근로자 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호 신부(성공회 샬롬의 집)의 말에 따르면, 오늘의 사고는 토끼몰이식의 과잉단속이 낳은 불상사라고 분개했다.

“차라리 제가 잡혀 갔으면 좋겠어요. 저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요. 저 사람들이 매일 불안해 하면서 살고 있는데,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단속을 하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제발 연행하면서 때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불쌍해요. 오죽하면 아시아 5개 국가의 대사들이 모여서, 아무리 힘이 약한 나라지만 제발 이리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그런 호소를 하겠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던 사업주들도 분노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린 저런 사람들이 없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어요. 이럴 때마다 우린 이민가고 싶습니다. 그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민 가고 싶어요.”
“사람이 쓰러져 의식불명으로 있는데도 출입국 관리소 사람들은 모르는 척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잡으러 갔어요. 너무나 비인간적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업주들은 자신의 얼굴이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정호 신부의 말에 따르자면,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업주도 불법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울분을 느끼면서도 대놓고 말을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나마 오늘 사고도 사업주들이 재빨리 구급대를 부르고 사람들을 모아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한다.


▲ 이주 노동자 집회     ©이주 노동자 제공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모여든 이주 노동자들은 간단한 집회를 가졌다. 각국에서 온 다양한 피부색의 이주노동자들이 앞에 나와 한 마디씩 입을 열었다.

“우리도 사람이라고요. 때리지 마시라고요. 우리는 한국인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서투른 한국어로 이어지는 호소는 목이 메어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어서 이영 신부(성공회 샬롬의 집)의 인도로 기도가 있었다.

“여러분 다음에 출입국 관리소 사람들이 오면 같이 파이팅 하세요. 도망가다 다치면 안돼요. 여러분이 다 방글라데시, 필리핀으로 쫓겨 가면 저도 함께 갈게요. 여러분들이 다치고 죽으면 방글라데시에 있는, 필리핀에 있는 여러분들의 가족이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절대로 도망가다 다치지 말고, 바로 그 자리에서 파이팅 하다 잡혀가세요. 그리고 기도하세요. 여러분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세요.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폭력적으로 대하는 저들을 용서하시고,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빨리 완쾌되도록 기도를 드리세요.”



▲ 자신의 신에게 드리는 기도     © 이주 노동자 제공



오늘의 사고에 대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성명서에 따르면,

“이번 단속 과정에서 법무부 단속반은 민간시설인 공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건물주 또는 고용주에게 진입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채 공무원 직무집행법을 위반한 채 ‘무단침입’ 하였다. 심지어 단속반원들은 자신의 신분도 전혀 밝히지 않았으며 목에 착용하는 신분증도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공무원들의 법규 위반이 단속과정에서 일상화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속 실적 경쟁에 눈이 먼 공무원들이 법 규정마저 위반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며, 동시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리한 단속이 이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토끼몰이식의 과잉 단속은 불의의 사고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미 지난 1월 서울시 종로구 소재 모 호텔에서 일하던 중국동포 권봉옥씨(50세)가 단속반의 단속과정에서 8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 했으며, “전국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체포 작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사건은 사람의 생명보다는 단속실적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비인간적인 정책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이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속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 현장에서의 여성 이주노동자     © 이주노동자 제공


단속을 피해 3층 건물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대하며, 무엇이 그들을 그런 사지로 뛰어내리도록 강요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영세 공장은 이주 노동자들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토끼몰이 식 단속에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주 노동자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여, 해당 국가와 정부 대 정부 간의 협약을 통해 안정된 고용정책을 마련할 때이다. 현재 시행중인 산업연수제도의 임금과 체류기간을 대폭 현실화하는 한편, 이주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체와의 고용 및 근로조건에 대해 정부가 관리하고 감독하는 체계를 시급히 마련할 시기라고 본다.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갔다가 단속반에 쫓겨 온갖 고초를 겪던 지난날 우리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도록 토끼몰이를 하는 단속은 차마 하지 못할 것이다.  







2008/04/16 [22:06] ⓒ 남양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