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막노동 전전하다...잿더미 된 이주노동자의 꿈
 
배문희기자
충남 서산시의 한 여관에서 불이 나 '코리안드림'을 안고 입국한 네팔인 이주노동자 1명을 포함해 투숙객 3명이 숨졌다.
 
지난 27일 오전 3시 50분경 충남 서산시 읍내동 S여관에서 불이 나 객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네팔인 구릉 바하드(35) 씨를 비롯해 공병학씨(51․식당종업원)와 김광옥씨(57․근로자)가 숨졌다. 또 중국동포 김모씨(57) 등 7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이미 불길이 여관 2, 3층으로 번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은 건물 1층 식당을 제외한 2, 3층 객실 12개를 모두 태워 55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50여 분만에 진화됐다.
 
숨진 구릉 바하드씨는 26살인 2000년 10월에 코리안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네팔에서 입국해 서울과 경기도의 재활용품 분류공장 등에서 일하다 2년전 쯤 서산으로 내려와 일했다.
 
2005년 4월 체류기간이 끝나 미등록 상태가 된 그는 주로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올해 8월부터는 월 20만원에 이 여관 201호에 장기 투숙해왔다. 이날도 그는 값싼 여관방에서 고된 노동으로 지친 몸을 쉬려다 이 같은 변을 당한 것.
 
그는 네팔에 부인과 아들이 있으며 돈을 벌어 고향에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고 한국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꿈은 결국 화마에 덮쳐 한 줌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서산 경찰서 외사계 김영국 경사는 "마을 이웃들이 구릉 바하드씨의 신원을 전혀 몰라 소지품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대사관을 통해 바하드씨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한 상태이며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되지만 오늘 오후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건물은 1975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로 객실료가 저렴해 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장기 투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시설이 매우 낡은데다 객실이 거의 쪽방 수준으로 좁았다"며 "여관 객실 내부에 창문이 없고 복도도 비좁아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여관은 3층 건물로 1층은 식당, 2·3층은 6㎡ 크기의 쪽방 12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기온이 크게 내려간 점 등으로 미뤄 투숙객이 난방용기를 사용하다 과열됐거나 누전 등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화저널21 배문희기자 baemoony@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