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인권상황 우려…용산참사 같은 일 없어야"인권위 축소, 한예종 사태 등에 대해서도 우려 표명
기사입력 2009-11-24 오전 11:26:14

유엔 경제·사회·문화 권리위원회가 23일(현지 시간)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대규모 개발 계획이나 도심 재개발 사업 실행에 앞서 충분한 협의 및 보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권고 내용은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 정부의 유엔 경제·사회·문화 권리 규약(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대해 심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 담겨 있다. 23일 나온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강제 이주 및 철거 대상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협의 및 법적 보상 절차가 부족하고, 충분한 보상 및 이주 대책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강제 철거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용산 사건(Yongsan Incident)과 같이 폭력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발 계획이나 도심 재개발 사업이 사전통보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되며, 철거 대상자들을 위한 임시 거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우려를 표시했다. 위원회는 "인권위가 유엔 사회권 규약의 모든 부문을 담당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강화하고, 적절한 인력 및 재정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극히 일부 공무원에 대해서만 노조 설립이 허용되는 점과, 교수노조가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파업 노동자에 대한 '업무방해죄' 남용 및 과도한 공권력 행사 등에 우려를 표시했다.

위원회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 적절한 사회보험 보장, 퇴직금과 휴가수당, 초과근로수당 등에 대한 법적 보호,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 등의 조치를 촉구했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는 착취와 차별, 임금 미지급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 노조의 적법성을 인정한 법원의 결정을 한국정부가 존중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문화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실용과목에 집중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대학들이 학사운영권을 완전하게 실행하고, 교과목 및 교육 방식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강제철거 문제와 관련해 성별 연령별 통계에 기초한 자료와 노숙자 관련 자료를 차기 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요청했다.

한국은 1976년 발효한 유엔 사회권 규약에 1990년 가입했으며, 1995년과 2001년 각각 1,2차 이행 보고서 심의를 받은 데 이어 8년 만에 3차 이행보고서 심의를 받았다. 4차 이행보고서 제출 시한은 5년 뒤인 오는 2014년 6월30일이다.

/성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