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해마다 늘어도 인정비율은 고작 4.7%  
서울변호사회 세미나  



‘난민소송’이 법원에서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통역없이 이뤄진 진술을 토대로 재판이 이뤄지는가 하면, 난민은 기본적으로 불법체류자라는 편견을 갖고 재판을 진행해 진정한 난민도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이 재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변호사회가 최근 개최한 ‘난민소송지원을 위한 세미나’에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국에서는 아직 난민의 문제를 우리와 동등한 ‘인간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남의 문제나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난민의 존재를 한국사회에 대한 ‘짐’으로 바라보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난민인정비율 4.7% 불과, 최근 접수 10배 이상 ‘껑충’=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5년간 전체 난민신청자는 2,168명에 불과하지만, 난민신청자의 50.5%인 1,286명이 여전히 심사대기 중이다. 또 심사가 종결된 879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01명, 본국의 정치상황 등으로 인도적인 견지에서 체류가 허가된 사람은 71명에 불과하다. 전체 신청자 대비 난민인정비율은 4.7%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황 변호사는 “난민신청자 총수, 난민인정절차 진행상황, 난민인정비율 등 난민과 관련된 각종 통계는 그 자체로 현행 난민지위인정의 법제와 관행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난민소송’은 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건이 접수된 것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2004년 1건, 2005년 7건, 2006년 21건, 2007년 22건이 접수되던 것이 올해는 벌써 99건이나 접수돼 접수건수가 껑충 뛰었다”며 “현재 재판부마다 4~5건의 난민소송이 계류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민소송’에 대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판결을 해야 한다는 외부의 지적은 공감하지만 법원으로서는 현재 유일한 증거자료인 ‘진술’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통역없이 이뤄진 면담조서내용 기초= 황 변호사는 “현재 법원은 난민의 입국동기, 반정부단체 가입동기 및 난민신청동기 등에 대한 원고의 진술들은 난민심사관과의 ‘면담조서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최초의 면접, 사실조사, 심사과정이 확립된 절차적 원칙없이 난민신청자에게 필요한 법률적인 조력이나 전문 통역인도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과정으로 수집된 면담조서내용이 소송에서 그대로 증거로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 난민을 기본적으로 불법체류자로 보는 편견 있어= 황 변호사는 “한국의 판례들은 예외없이 난민의 정의와 사실확정의 문제, 그리고 난민이 가지는 특수성에 대해 협약과 UNHCR편람을 인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판례는 기본적으로 체류자격이 없는 난민신청자가 장기체류를 도모하기 위해 난민인정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라는 예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소위 ‘불법체류자’의 난민인정제도의 악용을 요건으로 하고 그 ‘악의’를 추측하게 할 수 있는 정황사실들의 확인을 그 입증의 방법으로 해 진정한 난민의 경우에는 사실상 생명형 혹은 자유형에 해당할 수 있는 난민인정불허처분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이런 난민신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방법에 동원되는 사실관계 역시 대부분 잘못된 전제에 기초하거나, 진정한 난민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을 상황도 포함하고 있다”며 “그 사실관계에 관한 묘사에서 직접적으로 가치를 개입시키는 등 사실관계파악을 통한 심증의 확인이 아닌, 예단에 의해 재단된 사실관계가 그 예단의 근거로 제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진정한 난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서나 즉시 난민신청을 해야하고, 할 것이라는 전제가 상당수의 판례에서 마치 당연한 진리인 양 언급되고 있다”며 “경제활동을 한 것을 강하게 문제삼고 있으며 ‘소극적이다’, ‘불과하다’ 등의 표현으로 사실관계를 지적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진정한 난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황 변호사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소위 불법체류자의 난민인정제도의 악용가능성을 선험적으로 전제하고 제반의 사정이 이런 선험적인 판단을 뒷받침하는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진정한 난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법원의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극단적인 경우 난민신청자의 청구를 기각했던 과거의 판례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실제로는 불법체류자로 단속한 적이 없는 난민신청자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로 단속된 이후에서야 이 사건 난민신청을 한 점’을 난민의 지위를 부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시(2009구합331)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