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치안 핑계로 이주노동자 무차별 단속
 김지환·정영선 기자 baldlkim@kyunghyang.com
  • 노점상 쫒아내듯 청소”

    지난 3일 서울의 한 신학대학으로 유학온 몽골인 ㄱ씨(22·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광희동 몽골타운의 한 사무실에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 6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ㄱ씨를 연행해갔다. 이들은 체류자격, 성명 등을 확인한 뒤에도 “유학생이 일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하루 동안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금했다. ㄱ씨는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밤 11시 이전에는 눕지도 못하게 했다”며 “한 여직원은 ‘가난한 나라 출신이 왜 이렇게 비싼 것을 많이 가지고 있냐’고 말해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특히 그동안 출입국 단속반에 의해 진행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경찰이 대대적으로 투입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이주노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은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기만적인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및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외노협 이영 사무처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노점상을 몽땅 쫓아냈듯이 소외집단을 모두 청소하려는 것인가”라며 “G20의 성공적 개최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것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외국인 밀집지역 특별단속 추진’ 계획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도 주요 단속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외노협 등은 “이번 정부의 발표로 경찰은 전국 어느 곳에서든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불심검문을 진행하고 영장 제시도 없이 이주노동자 주거지·공장에 무단 진입해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경찰청은 ‘G20 정상회의의 치안 확립’을 위해 지난 2일부터 50일간 외국인 범죄 일제 단속에 들어갔고, 법무부도 다음달 1일부터 8월31일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어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에 맞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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