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호소는 사실상 구금 시설"

여수출입국 화재 3주기 기자회견

미등록 이주 노동자 등 체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자국에 송환되기 전에 머무는 보호시설이 사실상 구금시설 역할을 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수갑을 함부로 사용하는 등 단속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을 위해 일하는 시민·인권단체인 외국인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이주공동행동 소속 회원 등 20여명은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오는 11일이 3주기인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사망자 추모식을 겸한 집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최근 마련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는 국가인권위가 정상적인 절차를 지켜 (미등록 노동자를) 단속하라는 권고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단속 공무원이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묵비권이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알리지 않는 등 인권 보호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단속과 체포, 구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호'라는 개념에 집어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입국하고 등록할 때 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것은 일본의 재일동포가 받은 차별과 고통을 그대로 외국인에게 적용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영 외노협 사무처장은 "전국 15개 출입국사무소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받은 결과, 지난해 여수 출입국사무소에서 두세 달씩 머문 외국인은 49명에 이르렀다"며 "가급적 10일 이내에 송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아울러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임금을 다 받지 못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도와줘야 하는데, 작년 11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머문 조선족 동포 한 명은 18개월 간 밀린 임금을 다 받지 못하고 떠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작년 11월초 식사 도중 붙잡힌 몽골 출신 미등록 노동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단속 공무원에게 연행돼 6시간 넘게 수갑을 차고 버스에서 대기했다는 증언이 녹음돼 방송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자 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단속 추방 정책은 3년 전 (여수 참사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낳았던 씨앗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런 정책이 계속 이어지면 앞으로 더 비극적인 사건은 되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에 강제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외국인 구금 시설을 폐쇄하는 한편 보호소 내 이동의 자유와 건강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오는 11일에는 인천과 대구, 부산, 경남 등지에서 관할 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시민단체의 추모식 등이 각각 열릴 예정이라고 이 사무처장이 전했다.

<집회 참가자 모습><집회 참가자가 돌아가며 헌화하고 있다><가면을 쓴 집회 참가자가 울타리 안에 갇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