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취업 꿈 꺾인 터키 유학생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젊은 나이에 여기서 보낸 6년의 세월을 허송한 셈이 됐어요. 한국과 기업이 글로벌화 하려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적어도 비슷하게는 대우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터키인 무스타파 괴섹오올루(25) 씨는 지난 2003년 한국으로 유학 와 말을 배운 다음 서울의 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국제 공인 기술 자격을 땄다. 지난해 8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터키 에레일리에 다녀오고 나서 국내 굴지의 통신 기업의 입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유학생 비자 기한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만료됐다. 취업 비자가 필요한 그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같은 업종에 1년 경력이 필요하고, 석사나 박사 학위가 있어야만 취업 비자가 나온다는 얘기다.

무스타파 씨는 "한국 대학을 나온 외국인 유학생에게 경력이 없다며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는 졸업 후 바로 '꺼지라'는 뜻이 아닙니까"라면서 "한국의 많은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자 광고를 하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외국인 인재에게 이중 국적을 허용한다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관광 비자로 한국에 머물고 있으며, 비자는 내달 말 기한이 만료된다. 그는 "여기서 일하려면 한국 여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거나(웃음), 고향으로 돌아가 1년 경력을 채우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1년 경력을 쌓으면 그 기업이 다시 채용해준다고 하나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글로벌 차원에서 활용하고자 외국인을 뽑았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왜 나서는지 모르겠다"면서 "터키에서는 터키인과 외국인 간에 거의 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대기업이 출입국관리사무소보다 경력에 대해 더 잘 알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한국에 유학 와 6년을 보내며 힘들게 배운 사람에게 '돌아가라'는 말 한마디로 끝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한국 사람에게 먼저 일자리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다면 한국의 글로벌화, 기업의 글로벌화는 이뤄질 수 없다"며 "기업이 이득을 얻을 수 있겠다 싶어 나를 뽑은 것이며, 내 덕분에 한국인 10명분의 일자리가 더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무스타파 씨는 "이대로 돌아간다면, 한국이 어땠느냐고 고향 친구들이 묻는다면 뭐라고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그간 한국에서 받은 좋은 인상과 추억이 흐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더 상황이 악화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당장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외국인이 더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졸업 후 취직하려는 수많은 외국 유학생이 이 문제를 안다면 크게 낙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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