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노조활동 한다고 합법 이주노동자까지 쫓아내나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미셸 위원장의 체류허가를 취소하고 출국명령을 내렸다. 5년 전 적법한 체류허가를 받아 2009년 7월 등록 이주노동자로서 처음으로 이주노조를 책임진 미셸 위원장더러 존재하지 않는 회사에 허위 취업했다며 다음달 7일까지 한국을 떠나라고 한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 출신 이주노조 위원장들을 추방하기 위해 써온 ‘불법체류’ 혐의를 들이댈 수 없자 ‘위장취업’이란 신종 혐의를 동원한 셈이다.

출국명령에 대해 당국은 미셸 위원장이 제출한 체류허가 자료의 주소지에 소속 회사가 존재하지 않고, 미셸 위원장도 실제 근로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주노조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노동부 고용센터가 합법적으로 알선한 엄연히 존재하는 회사이며, 최근 회사가 장기휴업 중이어서 근로활동을 안한 게 아니라 못했다는 것이다. 장기휴업을 꼬투리로 ‘위장취업’으로 몰아간 당국의 해명이 군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는 등록 이주노동자인 미셸 위원장을 쫓아내기 위해 노동부와 법무부가 조직적으로 ‘표적 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을 낳게 한다. 실제 노동부는 지난해 7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다섯달 뒤 느닷없이 위장 취업이라 했고, 곧바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들이댔다.

미셸 위원장에 대한 출국명령은 정부가 이주노조를 얼마나 적대시하는지를 재삼 일깨우고 있다. 2005년 이주노동자 스스로 권익을 찾기 위해 출범한 이주노조의 위원장들은 줄줄이 탄압의 표적이 되어왔다. 초대 위원장은 취임 20일 만에 수감됐고, 3기·4기 위원장은 강제추방됐다. 이들은 모두 미등록 신분이었던 탓에 불법체류자로 몰렸다. 이번엔 미셸 위원장을 위장취업으로 몰아 체류 자격을 박탈하려 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등록 50여만명과 미등록 17만여명 등 70만명에 달한다. 경제의 필수적 기여자일 뿐 아니라 이미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주노조의 건전한 활동이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는 비단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권익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주노조가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때 우리 사회도 이들과 합법적인 대화통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주노조를 ‘탄압’만 하는 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당국이 미셸 위원장에 대한 출국명령을 당장 철회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