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 체류 외국인 다큐 찍는 이제임스씨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비(非) 한국인(non-Korean)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이 아닌 이가 한국에서 살지만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한국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캐나다 동포 2세인 이제임스(30)씨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F.O.B in Seoul' 프로젝트 준비에 한창이다.

'Fresh off the boat'의 약자인 'F.O.B'는 북미대륙에 막 도착한 아시아 이민자를 가리키는 말로, 최근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F.O.B in Seoul' 프로젝트는 서울에 거주하며 이곳을 자신의 제2고향으로 여기며 이 사회에 공헌하는 외국인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하려는 작업이다.

이씨가 이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CNN에서 한국의 유명 여가수가 '한국인은 한민족이며 단일의 문화와 민족성으로 끈끈하게 뭉쳐 있다'며 서울을 소개하는 영상을 접하고서다.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민족의 피를 갖지 않은 사람은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까?', 혹은 '한국으로 귀화해 법적으로 한국인이며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은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

사실 그 자신이 한국인과 외국인의 경계선상에 서 있어 이 질문은 자신을 향한 물음이기도 했다.

이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25년간 산 캐나다인이다. 부모가 한국인인 덕분에 한민족의 혈통을 지니고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그의 삶은 캐나다의 문화에 기반했다.

그런 그가 모국(母國)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지난 2006년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다가 '단일 민족으로서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을 접했을 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마침 그는 캐나다에서 요크대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뮤직비디오와 상업광고 찍었던 경력이 있었다.

그는 "서울 어느 곳에서도 우리와 다른 피부색, 머리카락색 등을 지닌 외국인을 쉽게 마주치지만,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아직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 곁의 외국인들을 단지 이 나라에서 돈을 벌려고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이방인으로서만 여기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 사회에 일말의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외국인,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비(非)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기존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소위 3D 업종에 종사하며 어렵게 사는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나 영어 교사 일을 하며 '폼 나게' 사는 서구 출신 외국인의 모습과 같이 스테레오타입화된 외국인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말이다.

그는 "무턱대고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거나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이유로 이 나라에 오게 됐고, 또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를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아이디어 소셜펀딩 사이트 'Thisistruestory'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에서 그가 프로젝트를 소개할 겸 올린 다큐를 보면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 다큐엔 암벽등반을 하는 외국인들의 모임인 KOTR(Korea on the Rocks)에서 자신들이 이용하던 한국의 암벽시설을 보완하는데 보탬을 주고자 모금행사를 열고 이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씨는 "하나의 스타일, 하나의 문화, 하나의 민족보다는 다양성을 통해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다문화는 우리 사회가 번영해 나가는 길이고 이런 다문화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