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많이 쫓겨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직장선 “나가라”… 재취업은 ‘별 따기’ [중앙일보] 불황에 ‘정리해고 0순위’ 외국인 근로자들
두 달 내 취업 못하면 돌아가야
하루 300명 고용센터로 몰려와
일부선 “정 안 되면 불법체류”  
서울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에 있는 관악고용지원센터를 찾은 실직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담원에게 구인업체를 문의하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29일 오후 서울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에 있는 관악고용지원센터 상담실. 일자리를 구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 30여 명이 번호표를 쥔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중국 동포 이모(34)씨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농사를 짓다가 아내 문모(32)씨와 함께 지난해 6월 한국에 왔다. 여섯 살 된 딸은 중국의 친척집에 맡겼다. 한국에 오기 위해 1600만원의 빚도 졌다. 이들은 경기도 오산의 한 전자부품 공장에 함께 취직했다. 월급 120만원을 아끼려고 쪽방 같은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 봐 방의 불도 켜지 않고 지내며 딸 생활비로 매달 30만원씩을 중국에 보냈다. 이씨는 “고생스럽긴 해도 돈을 모아 고향에 갈 생각에 행복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이씨 부부는 해고됐다. 자금난에 처한 회사가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함께 해고된 23명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였다. 부부는 이후 서울·인천·안산 등지의 고용지원센터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번호표를 뽑은 지 30분쯤 지나자 이씨 부부 차례가 됐다. 상담원은 외국인 근로자 구직 신청을 낸 업체 10여 곳의 명단과 연락처를 건넸다. “저번에 받았던 거랑 똑같네. 전화해 볼 필요가 없겠구먼….” 일자리가 없다는 답을 이미 들었던 업체임을 확인한 아내 문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두 달 안에 새 직장을 못 구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기 침체의 한파로 중소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정리해고 0순위’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비전문 외국 인력에게 발급되는 ‘E-9’ 비자는 재취업 기한이 두 달이어서 이 기간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 관악고용센터 관계자는 “하루 평균 150명이던 외국인 상담자 수가 지난달부터 3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새 직장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반월공단에서 일하다 지난달 실직한 스리랑카 출신 쿠마러(29)는 “센터에서 구직업체라고 건네준 여섯 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이미 사람을 구했다’ ‘사정이 어려워져 채용 계획을 취소했다’고만 한다”고 씁쓸해했다.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선 불법 체류라도 하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충북 음성군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최근 회사 부도로 실직한 뒤 이 센터를 찾은 스리랑카 출신 청년 세 명은 “불법 체류자가 되더라도 출국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스리랑카에 돌아가도 일자리가 없는데 돈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귀국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주변 친구들 중에 그렇게 남아 불법 체류를 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2월까지 신규 외국 인력 도입 중단=노동부는 내년 2월까지 새로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을 중단한다고 30일 밝혔다. 2004년 외국 인력 도입 쿼터제가 시행된 이후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것은 처음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불황으로 사업장을 바꿔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나 건설업, 제조업에 취업하려는 내국인이 신규 외국 인력과 경쟁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 3642명이었던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신청자 수는 10월 6932명, 11월 6237명으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