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두비, 이주노동자와 한국인이 꿈꾸는 미래  

미디어 통해 이주노동자 이야기 전하는 마붑 알엄 감독  
  
배문희기자  


▲   이주노동자 영화제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마붑 알엄 감독  @배문희 기자  

마붑 알엄 감독과 인터뷰를 하기 전 네이버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네이버 백과사전에 그의 이름이 등록돼 있었다.

'마붑 알엄-마붑 알엄은 방글라데시의 배우이자 감독이다. 1999년에 대한민국에 왔고, 그 뒤에 이주노동자 권익향상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두 편의 독립영화에 주연및 조연으로 출연하였다. <위키백과>'

네이버 백과사전에 이름이 올라있는 이주노동자 1호. 이 사실만으로도 그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붑 알엄 감독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9년 산업 연수생제도를 통해서다. 당시 그는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며 사람들로부터 많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한국사회에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소통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이후 이주노동자영화제집행위원장, 배우, 다큐멘터리 감독 등의 미디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사랑을 그린 영화 '반두비'의 포스터  

얼마전에는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반두비'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다.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에 비추어볼 때 발칙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협박과 욕설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지난 13일날 폐막한 '제4회 이주노동자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그는 행사를 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주노동자영화제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제로 MWTV(주노동자방송) 주최로 2006년 개막했다.

올해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는 총 22편 이 중 이주민이 직접 연출해 만든 영화만 4편이다. 영화의 내용은 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를 다룬 독립영화 및 이주노동자가 직접 만든 영화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 대해 "지난 영화제에 비해 프로그램이 풍성해졌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영화계 사람들과 영화 매니아들의 참석도 많아졌고 22편의 영화 중 12편의 영화에서 감독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전문 영화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 '형편없다'고 말할 거에요.  하지만 오로지 이주노동자들만이 말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겨 있는 영화라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또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특이한 시선이 있어서 다양하고 재미도 있답니다."

그는 이번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문화의 다양성을 섞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 이주노동자와 한국인이 좋은 친구가 되는 날. 그가 꿈꾸는 미래다.    ©배문희기자  

"워낭소리 같은 영화의 경우도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여러가지 의미 깊은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의 영화도 너무 심각하게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것보다 일상적인 삶을 통해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영화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통'이다. 그에게 있어 영화는 상대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메시지를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이다.  

때문에 그는 다음 영화제에선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한 발 더 다가서고 싶다는 것이다.

마붑 알럼 감독이 주연을 맡은 영화 '반두비'의 뜻은 뱅골어로 '참 좋은 친구'라는 의미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이 '참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그가 꿈꾸는 미래다.

문화저널21 배문희기자 baemoony@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