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언론
이형덕(imiunu) 기자
이번 미국 버지니아텍(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두고, 이 나라의 언론매체들의 촉수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조승희'라는 장본인의 국적과 혈통에 관한 사실이었다. 무고한 32명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자칫 형식적으로 보일 만치, 국내의 언론 보도는 이번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물론 전대미문의 총기난동의 주범이 자국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도덕적 가책과 충격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번의 불행한 사건이 인종적 문제나 갈등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라, 다분히 한 개인의 정신적 결함과 개인적 충동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 본다면, 인종과 혈통에 그렇게 집착하게 파고드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계 영주권자라는 자상한 가계보를 밝히는 걸로도 모자라, 1.5세대라는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그 인종적 혈통을 추적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희생자 32명의 혈통을 뒤져 한 명의 혼혈 한국인 피해자 메리 카렌 리드양을 찾아냈다. 이는 얼핏 자국민의 희생 여부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우리 한국인도 이렇게 희생당했다는 피해 사실을 공포하여, 장차 있을지도 모를 국제적 비난을 면하려는 자구책으로 오인 받을 여지가 있는 일이다.
언론은 막상 현지 미국에서는 있지도 않은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이나 비난 여지를 기정사실처럼 보도하며, 한국 국민의 '사죄'를 유도했다. 대통령이 세 번이나 애도를 표하고, 재미 한인들의 추모 예배와 촛불 추도 모임들에도 성이 차지 않은 듯, 언론은 이 사건이 불러올 여파에 대해 강박적인 보도 경쟁에 나섰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민에게 이번 사건이 인종과 혈통의 문제보다는 한 개인의 병적인 광란으로 취급되는 현실에도, 국내 언론은 비자 문제니, 한국 자동차나 반도체 수출의 문제에 미칠 영향 등을 들춰가며 시종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기를' 강박했다.
시종 범인의 혈통에만 매달린 언론의 더듬이는 병적이리만큼 왜곡됐다
사실 이번의 불행한 사건에 대해, 그 범인이 속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피해 국민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마음은 정중히 전해야 하겠지만, 시종 범인의 혈통에만 매달린 언론의 더듬이는 병적이리만큼 왜곡되어 있다.
'헨리 리'라는 용의자가 중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지자 안도하던 언론이 이처럼 뜨거운 비명을 지르며, 집단적인 공황에 빠지는 것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국내 언론의 보도는 외신에도 화젯거리로 인용되며, 자칫 이런 과도한 죄책감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가책감보다는, 그 사건이 불러올지도 모를 피해에 대한 우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올 지경이다. 자국의 이해를 헤아려 '큰 소리로 울부짖는' 애도는 진정한 애도라 보기 어렵다.
이번의 불행한 사건은 한 개인의 병적인 심리상태와 미국 사회의 무기 문제, 소외된 개인에 대한 사회적 범죄의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할 문제이다. 또 가해자와 희생자의 혈통을 뒤지기 이전에, 세계 시민으로서의 슬픔과 책무감을 지니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야단스러울 정도로 앞다투어 인종적 혈통주의에 집착하던 언론이 '과도한 추모의 물결'에 자못 우려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잔뜩 바람을 넣고, 지나치다 싶으면 물러서서 남의 일처럼 팔짱을 끼고 눈을 흘기는 언론의 보도 자세는 참으로 기민하다. 언론의 그 능란한 변신술이 마치 얼마 전에 이 나라에서 일어났던 '황우석 사태'의 광풍을 보는 듯하다.
이제 한 불행한 범죄자와 그에 의해 희생된 무고한 서른두 명의 죽음에 대해, 인종을 넘어, 이해(利害)를 넘어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애도하고, 추모할 때이다. 그 속에 한국인의 혈통이 있든, 없든 이러한 불행한 사건은 슬픈 일이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서른둘의 희생자가 미국인이든, 이라크인이든 그 죽음은 슬프고 애도해야 할 일이다. 죽음에는 혈통이 없다. 얼마 전, 여수 화재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죽음 또한 결코 그 못지 않은 슬픔이며, 머리를 숙여야 하는 죄책감의 같은 무게임을 기억해내고 싶다.
http://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5367&ar_seq=
이형덕(imiunu) 기자
이번 미국 버지니아텍(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두고, 이 나라의 언론매체들의 촉수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조승희'라는 장본인의 국적과 혈통에 관한 사실이었다. 무고한 32명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자칫 형식적으로 보일 만치, 국내의 언론 보도는 이번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물론 전대미문의 총기난동의 주범이 자국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도덕적 가책과 충격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번의 불행한 사건이 인종적 문제나 갈등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라, 다분히 한 개인의 정신적 결함과 개인적 충동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 본다면, 인종과 혈통에 그렇게 집착하게 파고드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계 영주권자라는 자상한 가계보를 밝히는 걸로도 모자라, 1.5세대라는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그 인종적 혈통을 추적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희생자 32명의 혈통을 뒤져 한 명의 혼혈 한국인 피해자 메리 카렌 리드양을 찾아냈다. 이는 얼핏 자국민의 희생 여부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우리 한국인도 이렇게 희생당했다는 피해 사실을 공포하여, 장차 있을지도 모를 국제적 비난을 면하려는 자구책으로 오인 받을 여지가 있는 일이다.
언론은 막상 현지 미국에서는 있지도 않은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이나 비난 여지를 기정사실처럼 보도하며, 한국 국민의 '사죄'를 유도했다. 대통령이 세 번이나 애도를 표하고, 재미 한인들의 추모 예배와 촛불 추도 모임들에도 성이 차지 않은 듯, 언론은 이 사건이 불러올 여파에 대해 강박적인 보도 경쟁에 나섰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민에게 이번 사건이 인종과 혈통의 문제보다는 한 개인의 병적인 광란으로 취급되는 현실에도, 국내 언론은 비자 문제니, 한국 자동차나 반도체 수출의 문제에 미칠 영향 등을 들춰가며 시종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기를' 강박했다.
시종 범인의 혈통에만 매달린 언론의 더듬이는 병적이리만큼 왜곡됐다
사실 이번의 불행한 사건에 대해, 그 범인이 속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피해 국민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마음은 정중히 전해야 하겠지만, 시종 범인의 혈통에만 매달린 언론의 더듬이는 병적이리만큼 왜곡되어 있다.
'헨리 리'라는 용의자가 중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지자 안도하던 언론이 이처럼 뜨거운 비명을 지르며, 집단적인 공황에 빠지는 것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국내 언론의 보도는 외신에도 화젯거리로 인용되며, 자칫 이런 과도한 죄책감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가책감보다는, 그 사건이 불러올지도 모를 피해에 대한 우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올 지경이다. 자국의 이해를 헤아려 '큰 소리로 울부짖는' 애도는 진정한 애도라 보기 어렵다.
이번의 불행한 사건은 한 개인의 병적인 심리상태와 미국 사회의 무기 문제, 소외된 개인에 대한 사회적 범죄의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할 문제이다. 또 가해자와 희생자의 혈통을 뒤지기 이전에, 세계 시민으로서의 슬픔과 책무감을 지니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야단스러울 정도로 앞다투어 인종적 혈통주의에 집착하던 언론이 '과도한 추모의 물결'에 자못 우려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잔뜩 바람을 넣고, 지나치다 싶으면 물러서서 남의 일처럼 팔짱을 끼고 눈을 흘기는 언론의 보도 자세는 참으로 기민하다. 언론의 그 능란한 변신술이 마치 얼마 전에 이 나라에서 일어났던 '황우석 사태'의 광풍을 보는 듯하다.
이제 한 불행한 범죄자와 그에 의해 희생된 무고한 서른두 명의 죽음에 대해, 인종을 넘어, 이해(利害)를 넘어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애도하고, 추모할 때이다. 그 속에 한국인의 혈통이 있든, 없든 이러한 불행한 사건은 슬픈 일이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서른둘의 희생자가 미국인이든, 이라크인이든 그 죽음은 슬프고 애도해야 할 일이다. 죽음에는 혈통이 없다. 얼마 전, 여수 화재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죽음 또한 결코 그 못지 않은 슬픔이며, 머리를 숙여야 하는 죄책감의 같은 무게임을 기억해내고 싶다.
http://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5367&ar_se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