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없이 쟁취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전철협 철거민“께

지난 5월 3일, '전철협 철거민' 께서 진보넷에 올린 ‘전국철거민연합에 정중히 요청 합니다’ 란 글을 읽고 전국철거민연합(이하,전철연)의 답신을 기다리다, 실례인줄 알면서 왜곡된 역사와 철거민투쟁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더 인내하지 못하고 나름대로 현장 투쟁을 통해서 배우고 느끼고 확인했던 몇가지 점들을 '전철협 철거민'님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판교 신도시 개발지구에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전국철거민협의회(이하,전철협)와 함께 했었던 판교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장서훈 입니다.

그때 당시 전철협 회장이었던 이호승 씨는 판교 개발지역 주민들을 모아 놓고 전철협이 판교주민 여러분들의 주거권과 생계대책을 시행자를 상대로 책임 질테니 주민여러분께서는 전철협에 회비만 납부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주민들은 전철협에서 시키는데로 대형 공공 임대주택을 요구하며 비싼 회비만 꼬박꼬박 내오다 우연치 않게 대전 용두동 철거민들을 만나면서 전철협의 실체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대전 용두동 주민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본 즉, 판교에서처럼 전철협에서 다 알아서 해 줄테니 주민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 정작 강제 철거시에는 누구 하나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 통화마저 차단되어 전철협에 대한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대전 용두동 철거민들은 전철연과 함께 투쟁하면서 임시주거단지를 쟁취했습니다.

저도 불안한 나머지 이주단지에서 주거하고 있는 용두동 주민들의 권고에 따라 전철연을 찾아 갔었지만 확신하기 어려워 전철연 가입을 망설이면서 상당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판교에 무자비한 철거가 자행되었습니다만 대전 용두동처럼 철거 현장에 전철협은 역시 나타 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판교 철대위는 전철연에 가입을 하고 전철연 사무실에 보관되여 있는 승리의 문건들(임대주택, 가수용단지, 피해 배상등을 쟁취한 수십개의 공증 문서)을 확인하고 비로소 전철연을 통한 주거권 투쟁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철협 철거민' 께서는 전철협에서 떨어져 나간 불만세력들이 전철연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전철연 역사 자료에는 94년 초에 전철협은 내홍으로 발생된 분열의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출범을 위해 전철협 소속 각 철거민대책위원회 16개 지역이 모여 위원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당시 전철협 회장 이었던 이호승씨를 제명 처리하고 조용득씨 와 남경남 씨를 공동 대표로 전철협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94년 3월 30일 전철협은 여의도에서 전철협 소속 철거민 700여명이모여 전국철거민주거권 쟁취 결의대회를 갖고 두 공동대표 체제의 출범을 선포하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서울시 철거민협의회 회장께서 연대사를 하셨고 이를 계기로 서울시 철거민협의회, 부산철거민협의회, 경기철거민협의회 전국철거민협의회, 마산, 창원 철거민협의회(준)등이 모여 94년 6월에 전국철거민연합이 창립한 것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이는 언론보도 내용과 사진이 그 당시 상황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사실을 믿고 있으며 '전철협 철거민' 께서도 이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 저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처음 2000년도 전철협과 함께 할때 전철협 으로부터 전철연은 폭력단체 폭력 집단이란 말을 끊임없이 들어오면서 전철연이 진짜 폭력단체인줄 알았습니다. '전철협 철거민'님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투쟁을 해보니까 전철연은 폭력집단이 절대 아닙디다.

저는 전철연과 함께 하면서 자본과 노동자는 피할 수 없는 대립 관계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철거민이란 대부분이 이주 능력이 없는 가난한 노동자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개발은 건설자본이 이윤을 극대화 하려는데 그 본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철거민들이 쟁취하려는 주거생존권과 이윤을 보장 받으려는 건설자본은 현실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을 할 때에는 인간의 기본권인 주거대책 과 이주대책은 필수적으로 세워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건설자본은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철거 용역들까지 사주하여 가난한 노동자인 철거민들의 주거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며 쳐들어오는데 어떻게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강제 철거 하러 온다면 당연히 당당하게 막아서야 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철거민이 다치거나 돌아가신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다치거나 죽은 철거민이 폭력집단이란 게 말이나 됩니까? 다치거나 죽게 한 개발시행자와 철거 용역들이 바로 그 폭력집단 아닙니까?

이제 '전철협 철거민' 께서는 잘 판단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철협은 자신들이 알아서 모든 걸 해결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놓고 정작 강제 철거시에는 어디서 무엇을 했습니까? 판교와 대전 용두동, 용인 어정 등 수 없이 많은 개발지구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비싼 회비만 꼬박 꼬박 받아가고 중요한 시점에서는 모르쇠로 계속 현실을 회피하고 있는 전철협의 본질을 우리는 이제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전철협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철연 투쟁은 부상당하고 구속당하고 그렇게 힘든 투쟁해서 몇사람 주거권 쟁취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전철연은 철거민 투쟁하다 중간에 투쟁을 접고 이사 가는 사람들도 전철협 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실제 투쟁의 성과물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 하였습니다.

'전철협 철거민'님 부디 전철협을 찾아가서 분명하게 확인해 보십시오. 그동안 전철협 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성과물이 얼마나 되는지 말입니다.

전철연은 개발이 완료되어 입주할 때까지 우선 거주할수 있는 임시 주거단지와 쫒겨 나지 않고 계속 살수 있는 철거민 입장에 적합한 임대주택, 영세한 상가의 생계대책으로 임대상가와 임시상가 등 공증문건으로 보관된 승리 지역이 50~ 60군데나 됩니다. 물론 이 승리 지역중에 구속이 되었던 지역이 3/1에 육박했다는 사실을 확인 했으면서도 저는 구속을 두려워 하지않고 주거권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투쟁없이 아무것도 쟁취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철거민들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재개발 등의 문제는 '정치인' 이나 만나 그들에게서 걷치레 말만 얻어냄으로써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판교만 보더라도 시행자가 한국토지공사 와 대한주택 공사입니다.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과 판사와 검사 경찰과 철거용역 등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확보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쟁취해야 할 것들은 기득권자들이 판을 치는 제도권에서 동정을 구하거나 애걸하는 방식으로는 풀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이른바 시민단체가 계몽 정도의 방식으로 철거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도 현실에서 한참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따라서 철거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관념적 투쟁이 아니라 현장 실천투쟁 뿐 이라는 사실을 지난 철거민 투쟁 역사를 통해 확고하게 인식하는 게 필요합니다.

'전철협철거민' 님, 제가 결과적으로 <전철연>만 인정하고 <전철협>을 부정하는 셈이 됐습니다만 사실인 걸 어떻게 합니까? 부디 글의 취지를 깊이 이해하시길 바라며, 이 사회 철거민운동의 명예를 위해서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실들이 <전철협>에서 계속 되풀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타 궁금하거나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요! 두서 없는글 양해 바랍니다.

2007년 5월 5일

판교 철거민 대책위원회 위원장 장서훈  011-314-0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