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벌어진 이주노동자 단속
김성일 기자 메일보내기

△ 2월 15일, 강제 단속이 벌여진 네팔 식당
ⓒ 프로메테우스 김성일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5일 정오, 동대문의 한 네팔 레스토랑에서 40여명의 손님과 직원들이 1시간 가량 감금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을 감금한 것은 출입국관리소와 경기 2청 경찰로, 감금 과정에서 제복 착용, 신분 제시 등 어떤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특히 경찰측은 적법한 절차를 모두 지켰다고 주장했으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들의 신원 자체를 알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17일에도 “경찰이 몇 명이나 왔느냐”는 질문에 “경찰은 온적 없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왔다”며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다.

식당 업주의 동의 없는 침입과 단속은 불법이라는 판례를 피해가기 위해 경찰측은 “불법도박현장 단속”을 구실로 식당을 기습했으나, 도박의 정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전혀 없었다. 경찰 측이 이후 “출입국 관리소의 협조요청에 응한 것 뿐”이라고 주장한 점, 또 단속된 이들이 경찰서가 아닌 출입국 관리소로 곧바로 인계된 점 등을 종합해보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의 목적은 순수한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단속과정은 마치 영화에 흔히 나오는 은행강도단의 인질극과 흡사한 모양이었다. 단속을 주도한 이들은 식당안에 있던 인물들을 강제로 앉혀놓고, 한명씩 잡아당겨 비자 검사와 소지품 수색을 강행했다. 이들은 식당 안의 손님들에게 반말과 폭압적 행동으로 일관했는데, 자리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도록 명령한 것은 물론이고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도 금지시켰다. 조사가 끝난 후 10명의 사람에게 수갑이 채워졌고, 그 중 한명의 여성은 배우자 비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성과 함께 수갑에 채워져 연행되었다. 이 여성은 연행된지 두 시간만에 별다른 설명없이 풀려났지만, 연행과정에서 소지품 검사 등 치욕적인 취급을 당해야만 했다. 심지어는 가방에서 사적인 편지가 나오자, “한국어로 번역하라”고 강요당하기까지 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단속이 끝난 후 출입국 관리소 측은 “마음에 안들면 신고하라”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단속 과정에서 조사를 거부하거나 저항한 사람들은 없느냐”고 묻자,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식당의 이주민들 역시 이날의 일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한 식당 주인은 “사건이 일어난 날 다른 식당의 손님들까지 놀래서 동대문 일대가 썰렁해졌다”고 증언하면서, “연휴에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주민은 “휴일에 버는 걸로 먹고 사는게 우리 사정인데, 휴일에 단속한다고 장사 못하게 하면 임대료는 어떻게 내고 식당은 어떻게 운영하겠냐”면서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