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문화 시민의식은 100점 만점에 몇점?
 
 
기획취재팀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다문화관련 행사와 교육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발맞춰 다문화 시민의식도 높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구호들만 나부끼는 상황인 것일까.
 
다문화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태도가 어디까지 왔나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YWCA에서 '다문화에 대한 시민의식,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서울YWCA가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역 13세 이상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우리 아이들, 다문화 교육 갈 길이 멀었네'  이날 참가자들은 10대 청소년의 다문화지수가 가장 낮게 조사된 결과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배문희기자

한국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다문화지수 46.3점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다문화점수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46.3점이 나와 앞으로 다문화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줬다.
 
'어느 국가든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5점 만점에 3.97점, '우리나라보다 경제발전이 뒤쳐진 아시아국가와의 문화교류도 활발해야 한다'란 응답은 4.03점 등으로 비교적 열려있는 시민의식을 보여줬지만 '결혼이주여성은 경제적 필요에 의해 결혼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평균 3.6점으로 높았다.
 
특히 '한국인들은 외국인 이주자에 대해 편견이 심한 편이다'는 응답이 3.84점으로 높아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점은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하다', '국제결혼여성은 학력이 낮을 것이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양육에 더 많은 예산을 써야한다', '이주여성 일자리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에 응답자 중에 10대가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이해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주자 인권에 대한 관심과 활동계획이 있다'는 질문에 50%의 '그렇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중에서도 10대가 38.5%로 가장 응답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다문화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문화교육, 이주민과 한국인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국인 다문화지수 얼마나 될까' 포럼에 참가한 한 외국인 여성의 표정이 진지하다. ©배문희기자
이종미 서울YWCA 기획부 차장은 "현장에서 설문지를 돌릴 때 청소년의 부정적인 단어와 느낌을 뱉어내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함께 살아갈 청소년들이 다문화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다문화 수준은 크게 향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한국인의 다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비교 조사를 병행해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이 한국인의 일방적인 활동이 아닌 이주민과 함께하는 쌍방형 활동으로 확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문화 여성으로 구성된 '물방울 나눔회'의 부회장 이레샤씨는 "이주여성들이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정부지원은 이주여성보다는 다문화센터나 이주여성관련 센터에서의 프로그램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물론 센터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센터 프로그램이 기초적인 한글교육과 직업교육에 머물러 있는 등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 이주노동자로 왔다가 한국인과 결혼한 그녀는 "오는 3월이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데 학교에서 왕따 당하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며 "학교에서의 다문화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경계를 묻다
신은영 동아시아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통해 다문화의식의 모순을 지적했다.
 
"우리는 한국에 온 사람들은 한국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외국의 한국동포들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모순적입니까?'
 
이어 그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외모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한 마디 못해도 한국인인가요? 외모가 한국인이 아니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말과 문화를 잘 알고 있어도 한국인이 아닌 것인가요?'
 
즉, 한국인의 정체성을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손님 대접 받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기획취재팀(배문희기자baemoony@mhj21.com, 박현수기자phs@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