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행위, 체류자격 위반은 아니다"

 
대법원, 보이스피싱 일당 대포통장 판매자 유죄 확정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관광체류자격을 얻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이 보이스피싱 일당에 고용돼 현금 인출만 담당했다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죄'를 물어 처벌할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아니다'이다.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범죄행위'를 '체류자격을 벗어난 행위'로 판단해 출입국관리법 위반죄까지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인적사항 등이 도용됐다고 속여 금품을 가로챈 A씨(45) 등 중국 국적의 보이스피싱 일당 4명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사기죄만 물어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 준 한국인 보험설계사 B씨(43)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관광체류자격을 얻어 입국한 A씨 등이 '관광체류자격과 배치되는 행위를 했다'는 검찰의 상고에 대해 "피고인들이 관광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머무는 동안 범죄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A씨 등이 '관광체류자격과 다른 취업행위 등을 했다', '관광체류자격과 배치되는 행위를 했다'는 기재 만으로는 구체적 공소사실을 특정했다고 볼 수 없고, 기록상 무슨 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중국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일당의 대포통장과 현금카드 관리 및 수금책, 국내 인출책 등의 역할을 담당, 2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B씨는 이들에게 일명 '대포통장' 9개를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 등 일당 4명에게는 모두 실형을, B씨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공소사실 중 출입국관리법 위반 부분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항소를 불러왔고,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kim941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