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주여성 인권포럼 김영옥 대표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이주 여성의 문제는 결국 가부장제 문제로 귀결됩니다. 남녀가 새로운 소통 기법을 배워야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민사회 공동체를 꾸려 활성화해야 하며 나아가 부패한 가부장제와 결연해야 합니다."

김영옥(52) 이주여성인권 포럼 대표는 22일 저녁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에서 '결혼이주, 세계화를 통한 가부장제 유지전략'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다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며,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설명했다.

이 강의는 성공회대가 노동운동 교육 활동가를 양성하고자 지난 2000년 '노동대학'이라고 이름지어 4학기 과정으로 만든 것으로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학자를 초빙해 운영 중이다.

지난 8일 개강한 올 봄학기는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으로 주제를 정하고 '깨우치는 즐거움, 변화와 소통, 낮은 곳으로 연대'라는 기치 아래 모두 15강을 개설했다.

김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다 4년 전 이주를 연구 주제로 삼으면서 책을 쓰고 현장 활동을 강화하고자 이주여성 인권 포럼에 참여,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아시아에서 이주 현상이 초국가적 성격을 띠면서 '이주 결정자'로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이주의 여성화'가 나타난다고 소개하며 "혼혈인과 결혼이민자의 사회 통합만 강조하는 관주도형 다문화 정책에 이주 노동자가 빠진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런 사회통합을 두고 "몇 개의 법안이나 정책으로 단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에 걸쳐 진행해야 할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생활 속에서 서로 문화를 조금씩 익혀가며 서로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꿔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를 동화시키려는 태도에 대해 "인간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 문화를 체득할 때 가장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갖는다"며 "이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나 풍요로움을 위해서도 꼭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신매매적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 문제의 한 원인으로 한국의 가부장제를 지목했다.

"가정을 꾸려야만 독립된 성인으로 인정하는 사회 환경 때문에 제대로 된 만남의 과정도 없이 낯선 나라의 여성과 결혼한 남성도 가부장제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풀려면 남성은 새로운 소통 기법을 배워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가부장제와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미래 세대가 다양한 언어와 문화 환경 속에서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발달하고, 다문화 감수성을 체현하는 지구 시민으로 성장한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한국 사회의 밝은 미래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침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 남성과 결혼을 잠정 중단한 조치와 관련, 그는 "단번에 모든 걸 해결할 처방이란 있을 수 없고, 문제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남성은 결혼하면 모두 다 잘 될 것이라는 '안일한 낙관'을 벗어야 하고, 여성도 결혼이 이주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 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식으로 저임금 고리의 고착화를 원하는 '신자유주의' 자본가들에게 암암리에 굴복한다"며 "낮은 가격의 상품 시장은 개방하면서도 노동 이주에 문닫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중인 김영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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