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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블 뉴스

                                                                                                                     소장섭 취재부 차장


* 경찰에 박카스병 던진 지적장애인 구속 논란
* 주변 사람들 연행되자 같이 도망가다가 병 던져
* 장애인단체들 “지적장애인도 정치범으로 모는가”

  
▲지적장애인을 정치범으로 구속하는 나라는 아프리카에도 없다고 피켓을 걸고 있는 안산노동인권센터 이승택씨. ⓒ에이블뉴스  


- "지적장애인 부당하게 구속한 사법기관 규탄한다"

지난 5월 2일 촛불집회 1주년. 명동 밀리오레 근처의 계단에 앉아있던 지모(지적장애2급)씨는 갑자기 경찰들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자 사람들과 함께 도망을 쳤고, 손에 들고 있던 박카스병을 경찰에게 던졌다.

지씨가 던진 병은 경찰 방패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씨는 이 일로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등의 양천경찰서로 연행됐고, 지난 11일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주 중으로 기소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민주노동당장애인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지적장애인을 정치범으로 구속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어느 곳에도 없다”며 “부당하게 구속된 지적장애인 지씨를 조속히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은 지씨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은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해서는 아니되며,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진술로 인해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경찰은 지씨에게 진술거부권이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경찰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홀로 조사를 받게 했으며 구속결정과정에서도 지씨의 장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결국 지씨를 구속한 경찰, 검찰, 법원은 모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집회현장도 아닌 곳에서 보호심리로 인해 일순간 음료수병을 던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과잉대응을 한 것”이라며 “당시 촛불시위 과정에서 기자, 일반시민, 심지어는 외국인까지 마구잡이로 연행된 사실을 감안해 볼 때 현재의 사법기관은 국민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이 현 정부의 충복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씨와 함께 경찰서에 끌려갔던 안산노동인권센터 이승택씨는 “지씨가 바로 뒤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15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관이 거의 다 유도심문을 통해서 진술을 받아냈다”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집회 왔다고 하는데 너만 혼자 놀러왔다고 우기느냐’고 윽박지르니 자기가 잘못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던 지씨가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씨는 하이서울페스티벌에 가서 물풍선을 터트리고 노는 것이나 박카스병을 던지는 것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사람”이라며 “대한민국 검찰이 지씨를 잡아가둬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조은영 활동가는 “지적장애인을 부당하게 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지난 3월에도 경찰은 지적장애인 임모씨를 홀로 조사하고 구속하는 등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법으로 명시한 형사 사법절차에서 조력 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조사를 받아야했던 지적장애인에 대해 반복적인 차별과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에 근거해 이번 사건을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20일 오전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지적장애인 지모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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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기소, 철회돼야 해"  
촛불 1주년 집회서 부당 구속된 지 모씨 대한 기소 철회 촉구 기자회견 개최  

2009년 05월 21일 (목) 22:09:12  윤미선 기자  milkkaramel@hanmail.net  

▲ 이승택 안산노동인권센터 활동가가 지씨의 근황을 이렇게 말했다. “이곳(서울구치소)에서는 따뜻한 밥도 줘서 행복하고 좋다며 웃는 모습이 눈에서 아른거립니다.”

지난 2일 촛불집회 1주년 기념집회에 참석했다 구속된 지모(지적장애 2급, 36)씨와 함께 양천경찰서에 있다 48시간 만에 풀려난 이승택 안산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끝내 서울 지방검찰청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이승택 활동가는 “맛동산과 커피, 새우깡을 제일 좋아한다고 외치는 지씨는 지적장애 2급의 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명동에서 경찰이 마구잡이식으로 연행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자기본능으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병을 경찰에게 던진 죄밖에 없는데 왜 구속, 수감돼 정치범이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전국장애인 부모연대 등 4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번 기자회견은 서울구치소에 구속 상태인 지씨가 지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진술 당시 진술거부권이나 조력자의 도움 없이 경찰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불리한 조사를 받았으므로 지씨에 대한 기소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등 4개 단체는 “지씨를 구속한 경찰, 검찰,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제 26조에는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되며,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진술로 인해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선언했다.

전장연 등 4개 단체는 ‘지적장애인을 부당하게 구속한 대한민국 사법기관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3월 초 연행, 구속된 임모씨의 경우에도 임씨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는데 연이어 발생하는 지적장애인 구속 사건으로 장애가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지씨를 면회했던 사람에 따르면 지씨는 ‘구속’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자기가 처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씨에게 적절한 조치 대신 구속까지 시킨 것은 현 정부가 집회 시위 참여자에게 얼마나 마구잡이식 연행과 구속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전장연 등 4개 단체는 “현재 검찰은 이번 주 내로 지 씨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장애계는 지 씨에 대한 기소철회 및 즉각 석방과 현행 형사소송법과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깡그리 무시한 해당 경찰관, 검사, 판사를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은영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3월에 구속된 임씨와 지씨의 경우를 비춰 봤을때 지적장애가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협박이나 책상을 두드리는 행위로 인해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가 생각외로 많이 일어난다. 지적장애인들이 형사상의 불리한 진술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인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부당하게 구속된 지적장애인에 대한 기소 철회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11시 반 서울 지방검찰청 앞에서 진행됐다. ⓒ윤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