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노련 추도사] 고 전용철 농민을 추모하며  

고인의 석연치 않은 사망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민성노련  


고 전용철 농민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는 11월 15일 여의도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하신 전용철 농민께서 불의의 사고가 원인이 되어 24일 돌아가신데 대해 이 땅의 같은 민중으로서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고인께서는 1962년 충남 보령군 출생으로 대천중학교 졸업 후 인천직업훈련원을 거쳐 철도청에서 일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1989년에 귀농하여 최근까지 16년 동안 농업에 종사하면서 보령농민회 주교면 지회장으로 일하면서 농민운동으로 우리네 척박한 농업 현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했습니다. 고인과 같은 이 땅의 농민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신토불이’ 등 말로만 성찬을 받았을 뿐, 실상은 농촌에 대한 인식부족과 홀대로 인해 농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고인께서 참여하신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도 바로 그런 농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농가부채는 약 2700만원이며 부채비율은 92.7%에 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농가의 실질소득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니 이래서야 무슨 힘으로 농민들이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농민들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이대로 가면 농업을 완전히 접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국은 농업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전업을 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고인과 같이 중년이 훨씬 넘은 연령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정도의 학벌로 농사 외에는 특별한 생활 능력이 없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경쟁력과 전업을 권하는 것은 과연 무슨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다급해진 정부는 내년부터 부채로 어려운 농가는 농지은행에 농지를 팔아 빚을 갚은 뒤 기존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회생제도가 시행할 거라며 농민들을 다독거립니다. 정부는 농민들이 다시 돈이 생기면 5년 이내에 그 땅을 다시 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부채를 빌미로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땅을 정부에서 매입해 결국 농민들을 그 땅에서 내쫓아 도시빈민으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성노동자들 상당수는 농민의 딸이며 도시빈민의 딸입니다. 성노동자들은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빈곤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농정이 이대로 간다면 농민들 사이에는 고 전용철 농민과 같은 비극이 계속 늘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농사정책에서 농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정책을 강제 집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고 합니다. 석유무기화 못지않게 ‘식량무기화’는 먼 곳의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농민들의 뜻에 귀를 기울여 쌀협상 국회비준이 통과됐다 할지라도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민성노련은 고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의 원인이 조속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고인이 여의도 집회에서 넘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가격에 의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무쪼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관계당국의 명쾌한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무엇보다 고인이 되신 전용철 농민의 간절한 바램일 것입니다.

고 전용철 농민의 안식을 바라며.


2005. 11. 28

민주성노동자연대 http://cafe.daum.net/gksdud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