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엔 불법 체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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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으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가 투병 52일만에 숨졌다. 이 노동자는 불법 체류자란 신분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5일 광주기독병원과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에 따르면 뇌염과 간질로 투병 중이던 가나 출신의 프랭크 오세이(Frank Osei·37·사진)씨가 전날 오전 8시30분께 사망했다.

그동안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측은 프랭크씨에 대한 병원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가나 대사관 등을 통해 프랭크씨의 가족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가나 현지에 있는 가족들의 비자 신청이 늦어지고, 항공권 구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프랭크씨는 끝내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고향인 가나에 아내와 두 아들을 둔 프랭크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홀로 지난 2006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대전의 콘크리트 벽돌공장에서 일했다. 비자기간이 끝난 2007년부터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됐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올해 초 광주로 옮겨와 하남산단의 한 공장에서 일했다.

프랭크씨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3시간을 일한 대가로 14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아왔다. 프랭크씨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꼬박꼬박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씨가 뇌염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 10월 초. 하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인 프랭크씨는 열흘 뒤인 13일에야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또 불법 체류자들의 경우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지 않으면 병원조차 가기 어렵다는 점도 프랭크씨의 병이 깊어진 원인이 됐다.

결국 뇌염 초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프랭크씨는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함께 방을 쓰던 외국인 근로자 친구의 부축을 받아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찾았지만 입원 직후 의식을 잃고 투병생활을 해왔다. 불법 체류자 신분을 숨기려다 병을 키운 것이다.

프랭크씨와 함께 방을 쓰던 가나 출신 아사모아(47·가명)씨는 “비싼 진료비와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가까운 병원조차 가지 못했다”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울먹였다.

프랭크씨가 입원한 뒤 52일간 진료비는 총 3000만원 가량. 이 가운데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모금운동을 통해 조성한 1800만원을 병원 측에 건넬 예정이다. 기독병원 측도 1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천영 광주 새날학교 교장은 “프랭크씨가 초기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해 안타깝다”며 “그동안 프랭크씨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일보 양수현 기자/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