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로 일자리 잃은 이주노동자, 공장에선 일 못한다

농축산업 비자로 들어오면 제조업 취업 못해...재취업 실패하면 출국해야

김만중 기자 kmj@vop.co.kr 입력 2011-01-28 15:37:45 / 수정 2011-01-28 17:23:28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떡국을 먹고 있는 모습 ⓒNEWSIS


구제역 파동으로 일하던 농가에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자’ 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우리나라에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22만명이다. 이중 농축산업비자(E-9-4)를 발급받은 사람은 2010년 12월 현재 9,849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구제역때문에 축사 가축 전체를 살처분한 농장주들이 이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장에서 갑자기 밀려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재취업할 방법이 없다는 것. 현행법에 따르면 농축산업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농축산업 이외의 업종에서 일할 수 없게 돼있다.

27일 ‘일자리 소개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노동부 천안지청을 찾은 네팔인 코르카람(25)씨는 “천안시 북산1리에서 일하다가 구제역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됐다”면서 재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노동부 천안지청이 주관한 ‘외국인 노동자 일자리 소개 미팅’을 찾은 20여 명의 사업주들도 대부분 자동차부품이나 유리 생산업체 등 제조업 중심이었다. 구제역으로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노동자들은 이들 업체에는 취업하지 못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은 3개월 동안 재취업을 못하면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향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네팔인 기소따파(36)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3월까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일선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가장 많이 듣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원들도 이들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천안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황유진(스리랑카어) 상담팀장은 “축사에서 일하다가 고용이 중단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상담전화가 많이 온다”며 “노동부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국가적인 재난 사태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점을 감안해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간을 늘려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재취업에 필요한 비자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일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